가을빛을 음악으로 듣다 요즘의 맑고 파란 쾌청하고 청명한 이 짧은 수식어가 부족한 가을볕이 하루종일 눈부시다 급강하하는 일교차에 초겨울인가 싶어도 아침이 지나고 오후가 되면 극명하게 드러나는 양광의 가을볕이 너무 좋다 일 내던져 버리고 단풍놀이나 떠나고 싶은 황홀한 빛의 유혹이다 가을걷이가 ..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14.10.31
정물이 되고픈 계절 나이가 듦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방황과 방랑의 길을 돌아 귀향의 길에 오른 순례자처럼 모험과 용기로 도전하던 젊음을 지난 삶의 여정처럼 이 가을엔 예민 했던 시간의 신경줄을 느슨하게 풀고 투명했던 아픔들의 상처에도 용서의 손길로 치유의 연고를 덧 바르고 아..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14.08.27
건널목을 건너며 아침 출근길 , 신도시 경계쯤에 있는 건널목에서 차단기가 내려지고 잠시 버스는 멈춘채로 빠르게 질주하는 전철을 보내느라 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신호의 깃발이 올라가고 차단기가 올라가면 버스는 느린 출발을 한다 분단선처럼 가로막은 그 경계선의 작은 건널목에 발육이 덜 된 ..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14.08.26
내륙으로 길을 내다 살아가면서 내 삶의 중심을 본다는 것은 늘 부담스러워 슬며시 비껴서서 에돌거나 쓸쓸한 변방을 기웃거리는 서성거림이 습관이 되었다 그렇게 거리를 두고 변두리를 도는 것은 혹시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쩌면 일종의 도피성적 일탈이 원심력처럼 작용하기 때문일지..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10.08.23
모감주나무꽃이 핀 길 <사진 : 우두망찰 세상보기에서 :노란 모감주나무꽃이 핀 길> 엊그제 삼성병원에 병문안을 가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내고 오후 세시의 넉넉한 시간에 강남행 버스에 올랐다 아침 저녁으로 한강을 따라 자유로를 오가고 있었지만 버스안에서 자느라 수시로 변하는 주위의 풍경을 볼 수 없어 가끔 깨..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10.07.12
쓸쓸한 일탈 삼 주를 내리 쉬임없이 일하다 보니 몸이 견디지 못하고 삐그덕댄다 밤샘을 하고 나면 누적된 피로가 다시 일주일을 가는 것 같고 결국 어깨가 담이 들고 근육은 굳어져 맥빠진 심신은 천근 만근이다 어느정도 일이 마무리가 된 월요일이라 출근하지않고 게으른 아침을 맞는 여유로움 그것도 월요일..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10.07.06
내 안으로의 응시 <사진 : Dreaming sappho에서> 백로 한마리가 오롯이 서 있는 사진을 보는 순간 촛점처럼 모아지는 새 한마리가 마음숲에 내려앉았다 며칠동안 날아가지 않고 외발로 서 있는 사진속의 새 한마리가 그리워 지인에게 저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어느날 『 한동안 쉼니다』라고 휴식의 팻..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10.06.27
자전거를 타고 유월속으로 올봄은 바쁘기도 했지만 이상저온에 하루하루의 일기가 변덕스러워 안양천의 벚꽃이 다 지고 봄이 지나가도록 자전거 한 번 타지 못했다 몇해동안 둑방길을 따라 봄이 오고 봄이 흘러가는 걸 지켜 보곤 했는데 초하로 접어든 오월에서야 저전거를 타고 싱그런 바람을 등지고 달렸다 서너해동안 늘 관..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10.06.16
어머니는 거짓말쟁이시다 " 막내야. 이젠 네 큰 형이랑 인연 끊었다. 이젠 안볼란다. 그러니 형한테 전화도 하지말고 전화와도 암말 하지 마라 " 어머님 목소리가 앙칼지게 날카롭지만 뒷꼬리가 내려가고 기운이 없으시다 노여움이 고추처럼 맵고 뜨겁지만 그 속엔 아직도 벗어버리지 못한 아둔한 자식사랑이 빤하게 보입니다 ..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10.06.07
詩 그리고 에필로그 아네스의 노래 / 이 창 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치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1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