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게 얼마전부터 이제는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지게"가 화두처럼 등에 붙어 다닌다. 화두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지게라는 사라져 가는 그 물건이 옛 추억과 삶의 애환을 무겁게 지고 다니다가 어딘가에 부려져 버린 짐보따리처럼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7.01.26
가을 서정(抒情)의 갈무리 아침저녁으로 느끼는 빛의 농도와 파장이 점점 낮게 가라앉는다. 공원에 심어놓은 사루비아의 다홍빛이 가을햇살에 드러나 더욱 붉게 탄다. 오가며 지나치는 창 밖의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푸른빛을 낮추며 퇴색의 옷깃을 여미고 선선한 바람은 가을 들녘을 누우렇게 헤집고 다닌다. 이제 다음 주쯤..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7.01.26
내 삶의 소강상태에서 『 내 삶의 소강상태에서 』 긴 雨期를 지나 언뜻 내 비친 하늘이 명쾌한 푸르름으로 다가섭니다. 한동안 무거운 중량의 구름과 엄청난 장대비를 쏟아 낸 하늘은 체증을 거두어 낸 가벼움으로 텅 빈 느낌입니다. 그렇게 비워 낸 하늘의 먼 가장자리부터 가을이 물들어 오고 있나 봅니다. 비가 그친 이..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7.01.26
회색 숲의 가장자리에서 흐린 날은상실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구름처럼 떠 있는 공중의 상태도 아니고강물처럼 가라앉은 침잠의 흐름도 아니다. 헤쳐 갈 수 없는 안개처럼부서지지 않는 벽이다. 부딪칠 수도 없는 공간에 갇혀부유하는 공기만을 호흡한다. 밖이 아닌내 안의 흐린 날은 더더욱 무겁기만 하다. 애써 걷어..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7.01.26
상처라는 쓰라린 이름마져도 『 상처라는 쓰라린 이름마져도 』 하늘빛 바람의 중량이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워졌다 명주올처럼 가늘어진 바람결이 오후엔 낮은 들녘까지 내려와 마른 풀섶을 쓰다듬는다. 적어도 가을바람이 부는 동안은 상처라는 쓰라린 이름마져도 붉은 석류알처럼 눈부시다 오히려 상처라는 아픈 자리가 잘려..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7.01.26
개 학 『 개 학 』 조석바람이 선선해지면서 아침 출근이 상쾌해집니다 먼 대륙을 건너오는 계절의 옷자락이 언뜻 서늘한 바람으로 스쳐가는 요즘 끈끈했던 살결들이 벌써 새로운 느낌의 변화를 예감하나봅니다 끓어 오르던 열기가 식어가며 점점 은근해지는 기운들이 서서히 가을로 향한 방..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7.01.26
미시령을 넘으며 길은 강을 따라 흐르고 물길은 첩첩산중을 가르며 안으로 안으로 숨겨진 골짜기를 파고든다 좀체로 가슴을 내어주지 않는 산들이 헤집고 거슬러 오르는 물길에 쓸려 낙엽송 진을 친 막다른 산섶에선 골골히 패인 적막한 가슴이 쓸쓸해 두꺼운 산안개 감싸안고 있었다 굽이굽이 산모퉁이..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7.01.26
세월의 밑줄 긋기 <수채화 정 인 성> 푸른 시간의 결들이 아득한 회향(懷鄕)의 숨결로 잠든 골동품처럼 그 향기와 윤기를 간직하며 살 수 있을까 어머님의 쪽 진 머리의 동백기름 냄새나 코티분 속에 묻어 논 바늘처럼 녹슬지 않고 오동나무 궤짝속의 놋그릇처럼 세월을 닦으면 거울같은 내 모습 볼 수 ..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7.01.26
여름숲으로의 잠적 장마비가 그친 나즈막한 산길을 오르면 좁은 오솔길이 순식간에 작은 도랑이 되어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르기도 하지요. 골짜기를 따라 비안개가 몰려가면 순간 솔향기나 나무냄새가 바람처럼 스치기도 하고 이슬을 털고 거니는 옷섶에서는 초록의 풀향기가 납니다. 쑥, 억새, 오이풀, 강아지풀, 엉겅퀴..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7.01.26
녹색 미각(味覺)의 여름 초복을 넘긴 칠월은 습하고 더운 기운이 훅훅 땅에서부터 솟아 오르고 오락가락하는 장마비로 대지는 축축히 젖어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밭두렁은 무성하게 자란 풀섶으로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그대로 방치하면 쥐들의 소굴이 되어 옆에 있는 콩밭과 옥수수밭이 남아 날 것 같지 않..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7.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