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에서 내 삶을 공유하는 내 가족과 저와의 인연으로 가끔 마음을 나누는 모든 분들 덕분에 올 한해도 무사히 잘 보냈습니다 길 끝에서 안녕이란 인사로 저무는 해를 보내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기에 길은 끝이 아닙니다 그 끝이 다시 시작이 되어 출발선에 서겠지요 새해에도 제가 소망하는 것 간절히 바.. 쓸쓸함을 듣다 2010.12.27
december 요즘의 겨울은 춥기만 할 뿐 투명하지 않다 불순물로 오염된 세상이라선지 겨울이 얼지 않는다 그래선가 나도 동면하지 못한다 결빙은 순도높은 응집의 결정체다 스스로의 고독과 단련으로 굳어진 경도를 견디지 못해 적막한 밤이면 쩡쩡 대지를 울리며 파열하는 아픔이 살을 에이듯 투명하게 전해.. 쓸쓸함을 듣다 2010.12.20
십이월, 세피아빛으로 저물다 저무는 빛이 사위기 전 일몰의 황홀함은 그 얼마나 눈부신가 역광에 비춰진 겨울숲의 그림자가 깊어지면 잠시 윤슬처럼 반짝이는 빛의 파장 저무는 빛이 슬프게 여위어 가는 계절이 겨울이다 무채색의 빛바랜 암갈색이 침전되어 말갛게 우러나는 숙성된 빛을 세피아빛이라고 해야할까 어둔 암실같은.. 쓸쓸함을 듣다 2010.12.14
아내의 겨울여행 첫눈이 온 다음날 아내는 여름에 남겨 두었던 휴가를 내어 홀로 머언 기차여행을 떠났다 차창에 기대어 잔설처럼 남은 설경을 보고 그녀는 아득한 설원을 꿈꾸며 행복했는지 다음엔 꼭 가족이랑 같이 가고 싶다고 손전화의 차창에 새발자욱같은 멧세지를 남겼다 고래심줄처럼 질긴 오십견의 통증으.. 쓸쓸함을 듣다 2010.12.09
겨울강 잠자리에 드는 저녁강은 미동도 없다 뒤채지도 않은 채 달빛을 안고 자는 강물은 상류와 하류의 경계도 없이 몸을 섞어 밤 새 소리도 없이 흐른다 강을 따라 날아간 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친 깃을 접어 우거진 갈대숲에 집을 짓고 싶은 계절 노을지는 어스름 저녁엔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앉아 소.. 쓸쓸함을 듣다 2010.12.06
모과의 죽음 한달전쯤일까 아파트 앞에서 발길에 채인 낙과 하나를 주웠다 향기 그윽한 노오란 모과 한 개 사무실 책상 귀퉁이에 올려 놓으니 은은한 모과향이 가득하다 스무날쯤 지나 서리 내리고 찬바람 불어 어느덧 가을이 저무니 노오랗던 모과빛이 죽어간다 드디어 그믐달처럼 저물던 노란빛이 흙빛으로 변.. 쓸쓸함을 듣다 2010.12.01
세피아빛 메모 <사진 : 블러그 우두망찰 세상보기에서> 기억은 허구다 우리는 부끄러운 부분은 잊어버리고 가장 밝은 부분과 가장 어두운 부분만 선택하여 인생이라는 널찍한 융단에 수를 놓는다 나는 사진과 글을 통해 내 존재의 덧없는 상황을 이겨내고 사라져가는 순간들을 붙들어 과거의 혼돈을 벗겨내고자.. 쓸쓸함을 듣다 2010.11.29
십일월, 가을과의 작별 이제 먼 길 떠나셔도 됩니다 당신의 머뭇거리며 흔들리는 모습 겨울엔 더이상 비틀거리지 않습니다 당신과의 이별을 오랜 헤어짐이라 생각치 않습니다 이제 제가 이 가로수 길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이별은 애당초 조용한 운명의 순간일 뿐 우리와의 시간에 약속이란 건 없었습니다 당신이 떠나던 .. 쓸쓸함을 듣다 2010.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