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산 속속들이 초록 아닌 것이 없다 물빛도 물소리도 초록, 산바람도 산공기도 초록, 산새소리도 산메아리도 초록, 초록의 피돌기로 푸르러지는 신록의 체온은 서늘해 오월산은 골짜기마다 오소소 초록 소름이 돋았다 2011년 5월 17일 먼 숲 쇄빙선을 기다리다 2011.05.16
사랑을 카피하다 어버이날을 맞아 동서들과 처가식구들이 모여 광화문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평소 다니던 극장이 그 곳에 있어 모두 헤어진 뒤 아이들도 들여 보내고 아내에게 영화를 보자고 했다 어쩌다 보는 영화는 남들과 취향이 달라선지 나는 거의 이 영화관에서 보게 된다 이상하게 만화같고 오락적인 헐리우.. 쇄빙선을 기다리다 2011.05.13
詩 공양 적멸을 위하여 / 조 오 현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내 울음소리 / 조 오 현 한나절은 숲 속에서 새 울음소리를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리를 내.. 쇄빙선을 기다리다 2011.05.04
이 세상의 꽃 <사진 : 신미식 작가의 행복한 어린이>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아 너희들이 이 세상의 아름다운 꽃이고 푸르른 나무다 이 세상의 꿈이고 이 세상의 평화다 바라건데 너희들에게만큼은 이 세상이 오월처럼 푸르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푸르게 푸르게 평화가 살아있는 세계.. 쇄빙선을 기다리다 2011.05.04
오월을 열면서 新綠은 마침내, 비로소, 드디어, 이윽고 같은 기다림의 부사와 상관없이 벌써 꽃이 지는가! 하는 쓸쓸함의 감탄사 바로 뒤에서 순식간에 푸르게 물들어 간다 이제 꽃의 계절은 가고 나무의 계절이 깊어가며 숲이라는 싱그런 여백을 그리고 있다 잎이라는 새싹이 이파리 라는 무성한 이름으로 자라나 .. 쇄빙선을 기다리다 2011.04.28
April love 사랑했던 사람들이여 잊혀져 간 시간들이여 흑백의 추억으로 남은 그리움이여 점점 아스라히 지워져 가는 아름답던 옛날이여 라일락꽃처럼 향기롭던 사월이여 나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언덕에 서서 바라보노라 지금의 나는 예전의 풋풋했던 그대가 아닙니다 한 때 꽃처럼 아름답고 사월처럼 수줍던 .. 쇄빙선을 기다리다 2011.04.26
落 化 어머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무심히 바라보건만, 가슴이 시리기도 합니다 올해 꽃이 지면 내년에 다시 꽃을 보실 수 있을 지 이별의 예감앞에서, 지는 꽃은 참 곱고 아름답습니다 꽃 구경 한 번 못하시고 종일 감옥처럼 자리에 누워계시지만 봄비에 꽃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북망산을 향해 눈부시게 핀 .. 쇄빙선을 기다리다 2011.04.22
마음으로 떠나는 봄 여행 난분분한 꽃잎들이 아파트 문앞까지 쓸려와 보도블럭 위에 꽃수를 놓는다 차창에 쌓인 꽃비를 쓸어내리다 만개한 목련을 바라보며 아련한 향수에 젖어 본다 어쩔 수 없이 생활고의 굴레에 묶여 떠날 수 없는 몸이지만 마음은 고속열차를 타고 이름모를 먼 타향의 정거장에 정차해 있다 늘 사월이면 .. 쇄빙선을 기다리다 2011.04.19
섬 4 < 산수화 : 藍丁 박 노수의 無心 > 봄 섬 떠도는자의 뿌리는 섬이었나 노저어 다다른 포구에 봄이 떠 있다 강태공들 오간 갯바위 산길에 변산 바람꽃 수줍어 하늘대고 븕은 동백 꽃숭어리 뚝뚝 떨어져 가는 봄 서글퍼 운다 평생 낚을 줄 모르는 빈 손의 세월 월척의 詩 한 수 낚으려 어질머리나는 봄.. 쇄빙선을 기다리다 2011.04.15
섬 3 유 배 산을 감도는 雲霧 벗어나니 섬을 감싸는 海霧에 갇히네 山中이 감옥이더니 떠나 온 섬 또한 감옥 어허, 마음이 감옥일진데 어디간들 다르리요 허나, 이젠 감옥이 내 세상 먼 유배지에 꽃 피고 새 우네 2011년 4월 12일 위도에서 먼 숲 쇄빙선을 기다리다 201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