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雲山의 쪽빛 호수 144

하구에서

목젖까지 강물이 불어차올랐던 그리움 급물살에 휩쓸리는 날이면비 그친 강하구에 선다 불어난 강물은바다의 경계를 지우고위험수위에 도달한내 안의 슬픔마져 무너뜨린다홍수에 밀려 부유하는 것들빠르게 비구름처럼 흘러가면혹시 내가 잃어버린 일부는 아닌지기억의 상류에서 실종된오래된 약속은 아닌지통곡하듯 오열하는 탁류를 내려다 본다분명 잃어버린것들이 많은데돌아오지 않는 것들이혹여 내 잠들었던 깊은 계곡에서여기 강하류까지 흘러오지 않았을까 돌아오지 않을 세월먼 바다에 이르기 전한번쯤 다시 만나고 싶어물소리도 없는 강가에 서서마냥 나를 기다리고 있다2010년 7월 23일      먼     숲

그대를 위한 찻잔

그대를 위한 찻잔  가슴에 엉긴그리움의 송진 거둬내어향내나는 청솔불 밝히고여윈 달빛으로한밤 내내 아궁이에 불지폈습니다  산안개로 밀어오는 새벽사윈 숯가마 온기 채 가시지 않은어둡고도 깊은 가마속에서그대를 위한 찻잔을 골라냅니다  행여아픔으로 금간 것 고르고기다림으로 지쳐 불에 댄 것 고르고슬픔에 겨워 이지러진 것 고르고허허로움에 뒤채어 상처난 것 골라모두 다내 아픔으로 부딪쳐 깨버립니다 오직푸른 달빛과 젖은 안개에도맑은 이슬 고일 수 있는 찻잔그 하나만을 골라내고모두 다 버립니다  가슴에 지폈던 불도 식어이젠 이슬로 우려낸 차 한 잔그대를 위해 놓고 갑니다   2001.10. 22 일    먼    숲         (사진 : 김선규 기자의 빛으로 그린 갤러리에서)   ■  詩랍시고 쓰고나면 늘 졸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