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雲山의 쪽빛 호수

단 풍

먼 숲 2013. 8. 28. 11:05

 

 

 

 

 

 

 

 

 

 

 

 

단풍지듯, 한 잎
어느날 툭 떨어지는 목숨인데
그 꿈 같은 인생
너처럼 원없이 붉어보고 싶구나
어느 한 순간
그렇게 속속들이 붉어서
미치도록 황홀하고 싶구나

 

피처럼 붉은
너의 속사정 모르고
겉만 보고 취한다 항변할지라도
내장산까지 가지 않더래도
피아골이 아니더라도
저 산불처럼 번지는 단풍의 골짜기에서
희희낙낙 하하호호
한바탕 웃음으로
가슴 붉어지고 싶구나

 

불현듯 찾아드는 찬서리에
우수수 떨어지는 종말의 순간이
화르르 타오르는
단풍의 붉은빛보다 서러울지라도
내 생의 한 순간
하얀 늑골만 남기고
미련의 골짜기도 없이
모두 다 붉게 타버리고 싶구나

드러내 놓지 못하던 愁心
어느 날 너처럼
화르르 태워버리고 싶구나


2003.10.2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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