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오는 길목에서 올들어 최고로 춥다는 일기예보대로 지인들을 만나는 저녁은 매섭게 추웠다 가까운 지인의 말처럼 한강을 건너 마포나루쪽에서 불어 오는 새우젓바람은 마포대로의 밤거리를 휘젓고 가슴을 파고 들며 귀가 얼얼하게 차가웠다 세월은 자꾸 세밑으로 흘러 또 다시 송년을 아쉬워 하며 오.. 내 마음의 산그림자 2009.12.18
裸 木 또 다시 훨훨 옷을 벗은 나무들이여! 집요한 변신의 시작이더냐 아니면 끝없는 해탈의 반복이더냐 떨어져 뒹구는 낙엽 앞에서 나의 유한성을 가늠하고 너의 무한성을 깨닫는다 내 윤회의 應身을 믿기엔 나의 불안한 흔들림이 지금 바람에 떨고 있는 마지막 잎새보다 더 가냘프다 2001.10.12일. 먼 숲 내 마음의 산그림자 2009.12.03
십일월의 戀歌 <John Atkinson Grimshaw - Autumn Gold> 이제 떠나간 것들이 돌아올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게로 오는 모든 인연은 그저 나를 스치고 가는 바람일 뿐 살아가는 건 그렇게 아쉬운 세월을 지나치는 것 이별하거나 헤어지는 건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바람부는 골목에서 아름다웠던 너를 기다리지 않겠다 낙.. 내 마음의 산그림자 2009.11.18
마른 갈잎의 노래 < 떠날 준비를 하는 것들은 여위어갑니다 물오르던 몸과 질척거리던 감정의 흐름을 멈추고 조금씩 말라가는 건기의 아름다운 계절을 지나 가벼워지고 단단해지는 사이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합니다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살 비벼 울지 않습니다 앙상해진 쇄골 사이로 지나는 바람.. 내 마음의 산그림자 2009.11.13
감나무가 있는 풍경 <수묵화 최재순 화백> 옷벗은 추운 영혼들을 위해 홀연히 떠나간 것들을 향해 한겨울 까치밥 하나로 남아 눈 덮힌 기억의 숲속에서도 환하게 붉 밝힌 영원한 노스텔지어 2009. 11. 10 일 먼 숲 내 마음의 산그림자 2009.11.07
가을이 지나가는 자리 가을은 저녁연기만큼이나 긴 여운을 남기고 떠난다 첫눈이 오기까지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지만 가을이 남기고 간 자리는 오래도록 통증처럼 시리고 아프다 갑자기 찾아오는 이별이 이러할까 가을은 어느날 인사도 없이 떠난 사람처럼 남겨진 자리가 쓸쓸하다 그렇게 이별의 손짓조차 .. 내 마음의 산그림자 2009.11.04
십일월의 통신 십일월이 먼 전신주를 따라 쓸쓸함의 평행선을 그으며 찾아옵니다 느즈막한 가을길을 가로질러 아득한 전신주를 통해 타전할 십일월의 소식은 윙윙 암호처럼 바람만 불었습니다 벌거벗은 가로수의 나목을 따라 쓸쓸하게 전해 온 기별은 퇴색한 옛 추억의 낙엽편지였습니다 서걱이다 바.. 내 마음의 산그림자 2009.10.30
가 을 비 저기 추적추적이란 젖은 말을 지워주세요 그 쓸쓸한 가을비가 뼈속까지 스며듭니다 저기 추적추적이란 젖은 낙엽을 치워주세요 그 무거운 떨어짐이 내가슴을 짓밟습니다 저기 추적추적이란 가을 이름을 안아주세요 그 스산한 그리움이 이제는 떠나려합니다 저기 추적추적이란 아픈 발자국을 밟지 .. 내 마음의 산그림자 2009.10.19
알프스 노이슈반슈타인城에서 노이슈반 슈타인 城에서. 킹 루드윅 Ⅱ세여 그대의 영혼은 지금 그 아름다운 성에 있는가 평생 아름다운 성을 쌓고 보석처럼 살다 간 그 마법의 성에 아직 남아 있는가. 생전에 견고한 성을 짓고 눈앞에 알프스를 거느리고 살려한 그대여 지금은 어디에서 잠자고 있는가. 역사가 흐른 지.. 내 마음의 산그림자 2009.10.13
가끔 길을 잃은 날에 Milena Galchina 사방으로 난 길이 있어도 헤메고 건너야 할 신호등 앞에서도 길을 잃고 깜빡거리는 불빛의 의미마져 잊어버립니다 간혹 장미빛처럼 빨간 불인데도 서둘러 건너고 맙니다 초록불이 먼 평원처럼 비추어도 망설이기도 합니다 어디로 가야할 지 그 길이 보이지 않아 내 안의 어.. 내 마음의 산그림자 2009.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