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시간을 보낸 후 짧은 휴식의 시간이 지났다. 서너달 휴일도 없이 연속적으로 야근과 밤 샘일에 주일 근무까지 하며 쉭쉭거리며 박차를 가하는 증기기관차처럼 내달리며 일하다 보니 하루가 주저앉고 싶을만큼 고되고 짜증스런 일상이였다. 부족한 수면과 생체리듬이 깨지자 흐름이 원활치 못하고 누적된 채 여기저..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8.05
지중해를 꿈꾸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나는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누가 말을 해준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도 아닌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네 밤의 가지에서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8.03
기억상실증을 앓던 시절 사막은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알마시의 슬픈 사랑을 감추듯 날마다 조금씩 과거를 지우는 습성이 있지요 사막화된 나는 바삭하게 말라가는 기억의 내륙입니다 파도가 해안을 지우듯 모래바람은 그렇게 사르르 사르르 미세한 감정의 세포를 죽여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6.16
저문 강에 삽을 씻다 간 밤 비가 내린 새벽엔 아버지는 저 논길을 따라 물고를 보러 나가셨고 해지는 저녁엔 집채만한 꼴짐을 지고 저 논길을 따라 돌아 오셨을 것이다 나는 지금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환상처럼 저 논배미 가득 찰랑거리는 그림자속에서 찾는다 나를 앞 서 가는 아버지라는 큰 그림자를 따라 길..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6.04
내 마음의 연못 어느덧 계절은 초하로 접어 들고 유월의 물목에 이르렀다 음력 오월단오가 가까와 오면 물가에 창포가 검푸르게 윤기가 흐르고 용두레로 물을 푸던 연못은 모내기가 끝나 작은 호수처럼 찰랑거렸다 그러면 풀섶에서 놀던 알록달록 무당개구리들이 적막을 깨고 첨벙하고 둠벙으로 다이빙을 하여 유유..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6.01
초록바람을 마음에 담다 오월로 들어선 초입, 그날따라 하천을 따라 흐르는 골바람이 급류처럼 거세다 한 차례 단비가 내린 오월의 숲은 독이 오른 듯 초록으로 짙어져 수런거리던 많은 봄의 이야기를 흔적도 없이 지우고 있다 서쪽에서 부는 바람은 궁륭을 이뤄가는 나무들의 허릴 굽히게 하며 강물을 따라 싱그런 초록바람..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5.18
시들어 가는 감탄사 꽃가루가 날리던 사월이 지났다. 출근길마다 깃털처럼 가벼워진 꽃씨가 먼지처럼 날려와 얼굴을 스치며 날아갔다. 초파일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버스의 창 틈과 외우진 꼭대기 산신각 마루에도 은행빛 송화가루가 먼지처럼 쌓 여 있었다.이른 봄 꽃을 피운 나무와 식물들은 어김없이 자신의 꽃자리에..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5.15
묵정밭의 봄 저 을씨년스런 사진은 가까이 사는 블러그 지인이 찍은 묵정밭 풍경이다 시골길을 다니다 보면 그리 낯선 풍경도 아니지만 막상 나도 처음 겨울 묵정밭의 저 사진을 대하곤 신비로웠다 동화속에 나오는 악마가 사는 가시덤불로 덮힌 정원 같기도 하고 드라큐라나 마녀가 사는 중세 유럽의 고성같은 ..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4.16
魚付林에 들어 압내에 안개 것고 뒷 뫼에 해비떳다 밤 물은 거의 지고 낫 물이 미러온다 江村에 온갓 곳이 먼 빗치 더옥 조해라 東風이 건듯 부니 물결이 고이 인다 東湖를 도라보며 西湖로 가쟈스라 두어라 압 뫼히 지나가고 뒷 뫼히 나아온다 우난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漁村 두 어집이 냇 속의 날낙들..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3.27
봄은 어머니의 계절입니다 어머니,단조롭고 지겨운 겨울 잘 보내셨습니다 하루살이가 굴속처럼 어둡고 답답하셨을텐데 혹여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시지 못할까 저어하였는데 굳어있던 작은 또아리를 풀고 봄을 맞으셨으니 다행입니다 긴 겨울, 어디 나다니실 기력도 없이 감옥살이하시는 하루를 보면 자식으로서 저도 먼 훗날..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