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내에 안개 것고 뒷 뫼에 해비떳다
一葉扁舟에 시른거시 무스것고
-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중 "春詞" -
미역빛으로 푸른 남해 물건리 魚付林의 몽돌밭을 거닐며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달그락 달그락거리는 발자욱 소리에 "지국총지국총 어사화 " "지국총지국총 어사화 " 하는 노 짓던 어부의 후렴 소릴 실었다 어부들이 떠난 쓸쓸한 포구의 방조림엔 연두빛 봄물이 돌고 나무 아랜 현호색 봄꽃이 곱다 해안에 버려진 빈 나룻배엔 아득한 세월의 갯바람만이 자고 있었다
오랜 세월, 마을을 감싼 초승달같은 숲에 와서 먼 여정에 지친 파도가 자고 갔으리라 봄 숲에 물이 올라 푸르러지면 잔잔한 물가에선 강태공 세월을 낚고 한 여름 해안가 드리운 나무 그림자 따라 고기떼는 몰려와 한가로이 놀다 갔으리라 수백년 바람을 견딘 어부림에 드니 잠시 나룻배 되어 세월을 거슬러 노를 젓는다
종종 섬으로 떠돌던 나는 멀리도 왔다 해풍에 기운 어부림을 뒤로 하고 남해 바다를 향해 파란 문을 열면 현실이라는 방파제가 있고 등대도 있다 그리고 몽돌처럼 작아진 내 생의 편린들이 파도에 젖는다 돌아 보니, 수시로 해일이 몰려오는 험한 세상을 든든한 방풍림 하나 없이 잘도 살아왔다
그러나 혼자 모진 세파의 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나는 울울한 나만의 방풍림을 그리워했던가 바람부는 어부림의 사잇길을 거닐며 잠시 자라나는 내 아이들을 생각해 본다 나는 애들을 위해 이토록 아름다운 바람막이 숲이 되었는가
해풍에 맞선 늙은 방풍림에도 새 순이 돋는다
2008.3.27 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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