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의 산길 <사진 김선규 기자의 "빛으로 그린 세상"에서> 삼십오년 전 지금 제 나이쯤의 어머님을 따라 공양미를 둘러 메고 뻐꾸기 우는 삼각산 깊은 골짜기를 오를 때 아카시아꽃 향기가 산비탈에 안개처럼 자욱했습니다 다복솔이 바위산을 따라 굽은 허리를 피며 송화꽃가루를 날리고 물소리 따라 가파른 ..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9.04.28
사월의 끝에서 끊어진 연줄처럼 먼 기억들이 허공에서 아득하다 바람에 펄럭이며 살아 온 날들을 돌아 보는 봄 얼키고 설키었던 그 많은 관계들이 끊어진 연줄처럼 맥없이 풀어져 찢어진 꼬리연같이 빈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다 오랜 세월 사람들과 맺어 온 인연들마저 멀고 아련하기만 하고 점점 혼자처럼 느껴진다..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9.04.27
낙엽편지 눈이 올 것 같은 흐린 오후 시인 기형도가 오고 갔을 것 같은 연무 짙은 안양천의 둑방길을 따라 자전거로 달린다 겨울 철새들이 꽃처럼 떠있는 풍경을 좌우로 퇴락한 갈빛 능선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초겨울을 바라보는 시선에 쓸쓸함이 적막하도록 젖어든다 며칠동안 쓸쓸함에 대하여 애써 태연..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11.26
섬에서 섬이 되다 뭍에서 떠돌며 부유하던 낙엽같은 마음이 섬에 오니 가벼이 닻을 내린다 바다를 에워싼 바람과 빛과 파도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섬의 뿌리를 보고 목까지 차올랐다 흉한 가슴을 다 드러내는 밀물과 썰물을 받아내며 무심한 섬이 되었다 뭍에서 외롭던 사람은 더 이상 외로운 존재가 아닌 섬이란는 자..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11.13
연안부두 갈매기 올해는 뜬금없이 서해의 섬으로 가을 야유회를 떠났다 가을비가 추적거리는 뱃길에서 회색빛 하늘과 흐린 바다의 물빛이 무겁다 물살을 가르며 뱃길을 내는 바다위로 갈매기떼가 여객선을 뒤따른다 갑판위에서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 먹기 위해 수십마리의 갈매기떼가 배를 호위하듯 뒤따르는 풍..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11.04
성북동 가을길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던 성북동의 간송미술관을 개관 첫날 들렀다 일년에 봄 가을로 두 번 전시를 하곤 일반인 출입을 금해서인지 그 곳을 가기 쉽지 않았다 관람을 하려고 백여미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도심의 외곽이라 할 수 있는 성북동 골짜기의 가을은 깊어가고 파란 하늘..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10.20
가을길을 걷고 싶다 <사진 : 네이버 sun6322님의 포토갤러리에서> 가을여행을 권유하는 기별이 단풍처럼 날아든다 모든 걸 내던지고 같이 떠나고픈 독약같은 유혹에 마음 아리지만 지금 내게 주어진 현실은 바람처럼 떠날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이 가을 그런 기별마져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황금 휴일을 맞아 ..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10.03
코스모스를 노래함 한 보름 사이로 코스모스가 거의 다 져가고 있다 . 코스모스는 꽃이 진다는 표현보단 꽃이 여물어 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게 꽃잎이 마르면서 씨방 가득 바늘처럼 뾰족한 꽃씨가 꽉 들어찬다.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절기엔 바람도 서늘했건만 추석을 지난 한낮은 여름날씨 같았다. 가을은 파란 하늘..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9.26
구월이 오면 <사진 : 네이버 con407님 포토갤러리에서> 봄길을 오가던 자전거가 여름내내 방치되다 보니 탱탱하던 바퀴가 요실금을 앓았는지 시들하니 풀이 죽었다. 자연, 두 바퀴를 굴리던 내 허벅지의 완력도 맥을 못추니 싱싱하게 달리던 원심력도 떨어져 질주하던 스피드가 제동이 걸리고 느릿한 속도로 힘..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9.01
젊음을 질투하다 요샌 만리장성을 넘어오는 뜨거운 함성과 기쁜 소식으로 하루가 설레이고 기다려지는 나날이다 오랫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넘어 세계를 향한 의지로 땀과 눈물을 삼키며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는 올림픽의 축제는 거의 날마다 우리의 젊은이가 세계를 제패했다는 뉴스로 온 국민을 감격과 기쁨의 도.. 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200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