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만리장성을 넘어오는 뜨거운 함성과 기쁜 소식으로 하루가 설레이고 기다려지는 나날이다 오랫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넘어 세계를 향한 의지로 땀과 눈물을 삼키며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는 올림픽의 축제는 거의 날마다 우리의 젊은이가 세계를 제패했다는 뉴스로 온 국민을 감격과 기쁨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더위에 지친 심신을 환하고 가볍게 하고 있다 처음 눈물의 금메달을 딴 작은 거인 최민호를 시작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박태환에 이어 여전히 신궁의 경지를 지킨 양궁의 금메달 소식은 침체된 경기로 축 쳐진 우리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또한 아쉽게 패하거나 불운이 겹쳐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선수를 보면서 내가 진것처럼 같이 안타까워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그들에게 더 큰 성원과 용기를 주고 싶어지니 올림픽에선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가 최선을 다한 멋진 한 판 같다는 말이 실감나기도 하다 신기록을 위해 돌처럼 굳은 얼굴로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 승리의 순간에 환하게 웃는 장미란 선수의 장한 모습에선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새롭게 일깨워주며 헤라클레스의 힘에 장미의 향기를 더하는 더없이 기쁜 감동의 순간으로 이어져 목이 메이기도 했다 저녁마다 식구들이 모여앉아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면서 요즘처럼 이렇게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나라를 위해 자신들의 모든 능력을 발휘한다면 얼마나 살맛이 날까 생각하니 매양 달라지는 게 없이 진부한 정치판 상황의 되풀이에 아쉬운 한숨만 나온다
며칠째 올림픽 열기에 휩싸여 흥분된 날을 보내는 저녁, 그날은 배드민턴 혼합 결승의 날이였다 "언니! 이용대야. 빨리 와." 하며 작은 애가 TV 앞에 바싹 다가서며 이용대 선수 얼굴이 클로즈 업 될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응원을 하며 그가 잘 생기고 멋지다고 호들갑이다 십대치고는 연예인이나 꽃미남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애가 그날따라 밝은 표정이 날아 다닌다 방학이지만 친구들로부터 핸폰으로 벌써 그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이승기를 빼닮은 선수라고 " 언니! 이용대는 내가 찜했어. 넘 보지 마." 하는 농담을 하며 스무살의 청년이 새처럼 날아 올라 상대편을 향해 강한 스매싱을 날릴적마다 자즈러지게 환호하며 열열한 응원을 보낸다 누나벌인 파트너 이효정 선수 대신 자신들이 옆에서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경기를 해야 한다며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어쩌다 그가 실수를 해도 "어쩌나" 하는 걱정보단 "괜찮아" 하는 애정어린 응원과 성원을 보내더니 승리의 순간엔 거실이 들썩거리게 요란한 환호성이다 정말 내가 봐도 푸른 전나무처럼 싱그런 모습과 환한 미소가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하다 그야말로 요즘 세대들의 얼짱이고 훈남이고 완소남의 모습이라 부럽기도 하고 보는 사람도 즐겁다 아이들이 웬만해선 자신들의 우상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아 소극적이어선가 생각했는데 그날은 순간적이지만 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즐거워 하기에 다른 애들인가 싶었다
얼짱의 선수가 벌처럼 날아 올라 날렵한 스매싱을 날리는 셔틀콕은 우리 국민들에겐 막힌 가슴을 뻥 뚤리게 하였고 꽃처럼 피어나는 소녀들에겐 부드러운 깃털같고 나비의 날개처럼 현란하여 분명 소녀들의 핑크빛 마음을 향한 큐피트의 화살이 되고 충분히 가슴을 설레이게 했을 것이다 이용대란 선수는 오랫동안 훈남의 우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가진 박태환과 다른 뉴페이스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CF와 매스컴을 통하여 온 국민의 우상으로 대중화 된 데 비해 낯설은 이용대는 올림픽을 통해 혜성처럼 나타난 샛별이고 대중적인 박태환보단 더 친근함과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우상이기에 질투와 애정어린 관심으로 그를 보고 또 다시 멋진 윙크를 기다리는지 모른다 벌써 작은 애의 핸폰엔 그의 웃는 얼굴이 환하다. 잠시 바람처럼 지나갈 순간적인 관심이겠지만 그러한 순수한 아이들의 표현과 보이지 않는 소통의 핑크빛 교감이 즐겁고 아름답다 지구촌 모든 젊은이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올림픽은 꽃이 피는 절정이고 푸르른 힘이다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모두 우리 마음의 우상이 될만큼 고귀하고 값어치 있다 지금 내 인생은 승리의 목표를 버리고 은퇴한 선수처럼 물러나 있지만 다음의 멋진 경기를 위해 새로운 선수를 훈련시키고 조율하는 더 복잡하고 어려운 감독인지도 모른다 앞만 보고 달리던 생의 고지를 벗어나 후진에 있다 해도 그곳에 또 다른 목표가 있지 않을까 한동한 젊은 피의 수혈처럼 올림픽의 승전고는 내게도 보이지 않는 힘과 활기를 주었다 힘든 고생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승리하지 못한 선수들과 이미 인생의 올림픽을 지난 나에게도 모두가 최고의 승자이고 그대들은 참으로 멋진 순간을 즐겼노라고 위로와 성원을 보낸다 지금 인생의 올림픽 순간같은 푸른 시간을 사는 젊은이들이여! 젊음은 그 하나로도 아름답기에 나는 젊음을 질투한다
2008.8.21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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