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의 이동처럼 무리를 지어 고향을 향한 대이동이 시작되고 사나흘 설날의 황금 연휴는 떠나는 자와 설레임과 남아 있는 자의 한가로움으로 피곤하기도 하고 따분하기도 하다
나는 늘 붙박이처럼 고향 찾아 떠날 일 없으니 막상 휴일이라도 마음은 어디론가 가고 싶은 데 오가는 교통대란에 섞일 수 없어 그 핑계로 오도가도 못하고 말지만 설날 휴일이 끝나면 모처럼의 여백이 아쉽기만 하다.
나이들면서 신명나는 일도 사라져가고 그렇다고 여기저기 인사차 다녀야 하느라 늘어지게 쉬고 여행을 할 수도 없지만 마냥 되풀이해서 보여주는 특선영화처럼 지루하고 심심한 일상은 탈피하고 싶다
예전처럼 즐겁고 따스한 설풍경이라면 좋으련만 아침 차례를 지내고 떡국 한사발 먹고 각자 헤어지는 의례적인 서먹함에 익숙해지고 있다 무언가 이런 권태로움을 벗게 해줄 좋은 일은 없을까 애써 온 동네가 화사한 설빔을 입고 소란스럽게 떠들고 즐기던 어린 날을 회상해 본다
지금 마음 같아선 모든 게 여유가 된다면 호젓한 별장이 있는 겨울산으로 들어가 벽난로에 이글거리는 장작불을 피우며 안락한 흔들의자에 기대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흘러간 올드 팝이라도 듣고 싶다
밖에는 겨울새들이 날아 다니고 창밖의 산 능선에 하얗게 잔설이 쌓여 있다 인적없는 정막 속에서 타닥타닥 불씨가 사그러 들고 겨울나무 사이로 불어가는 바람 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린다 오래된 시집을 읽다 잠든 사이 메아리처럼 개짖는 소리만 되돌아 온다
나는 오랜만에 장 레드파스의 메기의 추억을 들으며 감미로운 그녀의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기억의 먼 동산엔 금잔디가 푸르고 수선화 피는 봄 언덕엔 아지랑이가 아른거린다 졸졸거리며 흐르는 시냇물에 꽃잎을 띄우며 기억속의 옛 연인에게 꽃잎 편지를 보낸다
모든 게 꿈이다 그래도 꿈을 꾼다 연보랏빛 제비꽃의 추억처럼...
2006.1.27일 먼 숲
maggie당신도 나만을 사랑한다고 말했지요.. Maggie - Jean Redpath inlu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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