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雲山의 쪽빛 호수

비에 발끝이 젖고 있었지요.

먼 숲 2007. 1. 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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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에 발끝이 젖고 있었지요.   

 

 


비안개 몰려가는
먼 산 보고 걷다가
문득 아랠 내려다 보니
들이치는 비에 발끝이 젖고 있었지요.

 

바람드는 관절 아래
잘려진 유년의 슬픈 옹이처럼
툭 불거져 나온 복숭아뼈부터
굳은 살로 옹크려진 발가락까지
하얀 맨발이 젖고 있었지요.

 

순식간 퍼붓는 비로
흐린 길 끝은 지워지고
젖은 아스팔트에 흥건하게 고인 우울
방향없이 사선으로 반사되는 빗물로
어디론가 가야하는 맨발이 젖고 있었지요.

 

들이치는 빗줄기에
돌연 발가락을 웅크리며
피할 수 없는 길 가에 멈춰선 채
돌아볼 수 없이 골이 패인
내 생의 뒤꿈치가 비를 맞고 있었지요.

 

소나기 지나듯 청춘은 가고
껑충 종아리를 내놓은 세월속에서
비는 고단한 발부터 적셔오고
얼룩으로 진창인 마음 길엔
아픈 돌뿌리만 채입니다.

 


2003.7.4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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