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 름 편 지 』 호우 주의보가 내리자 내 안의 정적이 깨지고 오소소 소름이 돋는 창백한 외피가 뜨거운 양철 지붕이 되어 말발굽 소릴 내며 몰려가는 난타음의 빗소릴 고스란히 맞고 있다. 빗소린 내가 맞닥뜨릴 수 있는 최전방의 신호음이 되어 음습한 기억의 골짜기에 엄폐된 푸른 신경줄을 울리며 예민한 청각을 깨우고 갔다. 아득한 기다림은 젖은 목을 늘려 추녀끝에서 울고 막연한 그리움은 흐린 창을 열고 울컥 울컥 들이치는 비안개를 바라본다. 잦아드는 빗소리가 양철지붕의 촘촘한 행간을 건너는 사이 젖은 머리로 서 있는 그를 생각했다 순간 텅 빈 마음을 두드리던 회색의 그리운 언어들이 쓰러진 사선의 필체로 먼 산 끝에서 부터 편지를 쓴다. 초록빛 序文이 흐르고 읽을 수 없는 내용들이 속속들이 물안개로 번져 있었다. 2003.7.17일. 먼 숲.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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