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마른 갈잎의 노래

먼 숲 2009. 11. 1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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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날 준비를 하는 것들은 여위어갑니다

물오르던 몸과 질척거리던 감정의 흐름을 멈추고

조금씩 말라가는 건기의 아름다운 계절을 지나

가벼워지고 단단해지는 사이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합니다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살 비벼 울지 않습니다

앙상해진 쇄골 사이로 지나는 바람과 악수하며

서걱거리는 공명의 마른 소리로 노래하다

등 뒤로 흐르는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갑니다

 

비에 젖어 눕거나 구름의 하중에 눌려 흔들리고

설레임에 고개 숙였던 날들을 지나 석양이 오면

나목처럼 꼿꼿하게 바람을 마주하며 이별을 고합니다

여위어가는 건 버릴 줄 아는 아름다움입니다

하여 외로워지는 것에 대해 칭얼거리지 않고

 고독을 마주할 줄 아는 지혜로움으로 쇠락해갑니다

 

나도 이제 마른 갈대숲처럼 가벼워지고 싶습니다

젖은살 비벼 울지 않고 가벼워진 영혼으로 노래하고 싶습니다

내 마른 숲 사이에 노을빛 들면

곤히 겨울잠 자는 작은 새들의 보금자리를 내어 주고 싶습니다

화려했던 빛과 칼라의 시간은 가고 퇴락의 숲은 칙착해져갑니다

 만물의 색은 그 원형질이 흙이 아니었나 싶게

흙빛을 닮아가는 갈색의 계절, 십일월이 깊었습니다

갈대숲에 이는 마른바람 소리가 서리내린 머리결을 스치고 갑니다

동면을 준비하지 못한 영혼은 바람처럼 서성이겠지요

겨울이 오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2009. 11월 17일     먼     숲

 

 

 

 

 

                                                                                                                                     <사진작가 신미식의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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