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가을이 지나가는 자리

먼 숲 2009. 11. 4. 13:16

 

  

 

 

 

  

 

 

 

 

 

 

 

 

 

 

 

 가을은 저녁연기만큼이나 긴 여운을 남기고 떠난다

첫눈이 오기까지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지만

가을이 남기고 간 자리는 오래도록  통증처럼 시리고 아프다

갑자기 찾아오는 이별이 이러할까

가을은 어느날 인사도 없이 떠난 사람처럼 남겨진 자리가 쓸쓸하다

그렇게 이별의 손짓조차 없이 황망히 떠나서일까

떠난 자리를 혼자 멍하니 뒤돌아 보거나 버석거리는 발자취에 귀 기울인다

낙엽처럼 내게서 떠나간 것은 무엇일까

가슴에 휭하니 구멍을 내고 떠나간 자리에 하얗게 무서리가 내렸다

텅 빈 들판으로 불어가는 바람소리가 가을의 그림자를 지운다

떠난 자리를 돌아보면 혼자 남겨진 나를 보게 된다

 

 

시든다는 것, 사라지는 저녁 연기만큼이나 쓸쓸하다

가을이 지나간 풍경을 보는 것, 그것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십일월, 저무는 어느날 山村에서 홀로 촛불을 밝히고 싶다

 

 

2009.11. 5일   먼    숲

 

 

 

 

 

<수묵화 최재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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