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갯벌의 기름때를
채 걷어내기도 전에
썩은 갯벌처럼 오염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의 얼룩이 지워지기도 전에
다시 우리나라의 대문이 불타는 참사라니
실로 부끄럽고 참담하다
안과 밖으로 연거푸 어찌 이런 인재로 인한
회복될 수 없는 재앙으로 아파해야 하는가
작년 겨울부터 아직도 서해안 갯벌에서
많은 사람들이 찬바람도 마다않고
굳은 기름때를 씻어내는 걸 보며
핑계에 불과하지만 같이 동참치 못한 마음이
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내내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어떤 일이든 서슴치 않고 행하는
범죄 불감증의 세상에 사는 것도 불행하고 창피하다
그러나 저 넓은 해안선의 오염을
모래알만한 작은 사랑과 희망을 모아
깨끗이 씻어내고 살려내려는
착하고 양심적인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에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한 것 같다
소리없이 세상의 아픈 얼룩을 씻어내는 그들에게
다시한번 고맙게 생각하고 존경의 마음 전하고 싶다
心不懺 面不愧 腰不屈 (심불참 면불괴 요불굴)
마음은 후회 없이 얼굴은 부끄럽지 않게 허리는 구부리지 마라
얼마 전 가까운 친구가 알려준 귀한 글귀다
이런 저런 어지러운 세상사를 보면서
내자신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다시금 돌아보고 마음을 바로하고픈 요즘이다
벌써부터 공천문제로 정치판이 다시 요동을 치고
얼굴도 모르는 현수막이 바람처럼 내걸려 있다
제발 말만 잘하고 떠들지 않는
양심있는 행동과 책임있고 바른 일 하는 사람들이
썩어가는 세상의 등불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나도 말로만 거드는 사람같아 부끄럽다
2008.2.12일 먼 숲
<사진 김선규 기자의 빛으로 그린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