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도 잠시
향기롭던 꽃도 시들고
많은 것들이
한순간 사라진다는 걸 알지만
목숨의 유한성에
두렵기도 하고 허허로울거라 생각해
나도 이젠 저만치 거릴 두고 살지만
새벽잠에서 깨어나니
오방색 꽃으로 둘러쌓인 숭례문 현판이
화마에 힘없이 떨어져 내린다
참으로 꿈같다
한 때 십여년 그 앞을 지나고
가까이서 내다보고 일하면서
그 고귀함이 참 유구하다 생각했는데
일순 잿더미라니 허탈하다
이루는 건 힘들고 어려운데
시간을 허무는 게 저리 어처구니 없다니
정초의 아침이 아프다
목멱산의 봉황과 꽃같던 단청이 사라졌다
2008.2.10일 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