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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에드워드 호퍼의 office in a small city>
늦은 퇴근길, 병점발 성북행의 전철안이 텅 비어 있다. 객차 한 칸에 혼자 앉아 있으니 흔들리는 전철안이 괴기스럽다. 파란색 의자에 앉아 넓은 차창을 응시한다. 어둠으로 도배 된 차창에 왠 낯선 중년의 사내가 곤고한 모습으로 홀로 섬처럼 앉아 있다. 눈 아래 꺼풀이 축 쳐저 U자를 그리며 어둔 다크서클이 저물고 광대뼈 아래로 늘어진 볼살이 심술사납고 청승스러워 보인다. 사내는 그로테스크한 그 모습이 어색해 눈을 크게 떠 보고 늘어진 눈가 주름을 땡겨 보기도 한다. 대통령처럼 보톡스라도 맞아 뺀질뺀질하게 미장을 할까 하는 허튼 생각도 든다. 일그러진 얼굴 근육을 이쪽저쪽으로 밀어가며 불어난 지방질을 감추어 본다. 어느시절, 어떤 순간의 모습을 내 자화상이라 할 수 있을까. 순수해 보이던 스물살일까, 아니면 고랑진 세월의 모습으로 기름기 쪽 빠진 뼈만 남은 쇠잔한 얼굴일까. 지금 내 모습이 지금 나의 자화상일텐데 청승맞고 그늘만 가득하다. 애써 스마일교육을 받는 사람처럼 "김치" 하고 웃어 본다. 차창에 비춰진 그의 모습이 환하게 웃는 것이 아니라 비통한 울상이다. 웃어 보일수록 일그러진 모습이다. 혼자 슬픈 연극을 하듯 삐에로처럼 억지 연기를 하는 나를, 한 때 아름다운 여배우로 풍미했던 엄앵란 아줌마가 차창 옆에 부쳐진 선전 포스터에서 환하게 마주보며 웃고 있다. 나도 신성일처럼 멋지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차창에 출렁이며 지나치는 부유하던 섬들이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한다. 섬이 되어 떠 있는 나와 자화상의 간격에서 파도만 일렁인다.
2007.2.5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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