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그리운 내일 / 이 문 재

먼 숲 2007. 1. 29. 10:42

 

 

 

 

 

 

 

그리운 내일

 

 

이  문  재

 

 

 

 

-상처를 아물게 하는 머큐로크롬은

더 오래 살갗에 남기 마련이다

 

 

 

기다림으로 오늘을 지운다

어두운 상점의 거리를 지나와

폐활량을 꺼내보면, 아, 숨이

차다 땅 위엔 바리케이트

하늘엔 서치라이트

 

그리운 내일, 그림자 가장 짧은

정오에, 이렇게 중얼거린다 너와

나 사이에는 왜 아예 원근법이 없었을까

무턱대고 믿었던 걸까

포도송이처럼 싱싱한 허파도 있다던데

 

서편의 산, 키 큰 건물들

파랗게 날 선 스카이라인을 노을에다

칼질한다, 돌아갈 곳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나온 것처럼

불안해도 돌아갈 수 없는

 

여기서 죽으면

학적부의 증명사진을 확대해

영안실에 세워놓을까, 후후 웃음도 잘못

삼키면 속이 쓰리다, 잘못

오른발로 밟는 행진곡이 큰북 소리처럼

낙엽을 밟는다

기다림으로 내일을 지운다

꾀죄죄한 폐활량을 외투로 껴안으며

잠드는 밤, 뽑아 지붕에 던진 앞니처럼

그리운 아버지, 아버지의 지리산을

모질다는 내 왼손의 손금처럼

들여다 본다, 피아골, 뱀사골로 넘어가는

밤길처럼. 운명선은 가파르다

 

밤하늘, 쓰러진 서울의 잠 위로

성욕보다 빳빳한

저 서치라이트의 불빛. 빛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