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우 표 / 이 정 록

먼 숲 2007. 1. 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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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표

                       이 정 록

 



우표의 뒷면은
얼어붙은 호수 같다
가장자리를 따라 얼음 구멍까지 뚫어놓았다

침이라도 바를라치면
뜨건 살갗 잡아당기는 것까지
우표는 쩔걱쩔걱한 얼음판을 닮았다

우표와 마주치면 언제라도
혓바늘 서듯 그대 다시 살아나
지난 몇 십 년의 겨울을 건너가고 싶다
꼬리지느러미 좋은 화염의 추억에 초고추장 찍어
아, 그대의 입천장 들여다보고 싶다

편지봉투를 불자, 아뜩하게
얼음 깨지는 소리며 빙어 튀어 오르는 소리 올라온다
불면의 딱따구리가 내 늑골에다 파놓은 구멍들
그 어두운 우체통에 답장을 넣어다오

저 얼음 우표가 봄으로 가듯
나의 경계도 소통을 꿈꾼다
우표의 울타리, 빙어 알만한 구멍들도
반절로 쪼개지며 온전한 한 장의 우표가 된다

우표의 뒷면에 혀를 댄다
입술과 우표가 나누는 아름다운 내통
입맞춤의 떨림이 사금파리처럼 싸하다

그대 얼음장 안에 갇혀있는 한
성에 가득한 혓바닥, 그 끝자리에
언 목젖을 가다듬는 내가 있다

 

 

 

w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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