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애기똥풀꽃 / 주 용 일

먼 숲 2007. 1. 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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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꽃

 

 

 

                            주 용 일

 



  이쁜 애기를 집에 두고
  밭일 나갔던 조선의 아낙이 저물녘,
  종종걸음으로 들길 돌아오며 이름 붙였을 것이다
  집 비운 사이,
  애기가 풀잎 위에 노란 똥 싸놓았구나
  무심코 중얼거리며 치맛자락 다잡으며
  애기똥, 애기똥, 애기똥풀꽃 했을 것이다
  홀로 있는 애기가 걱정되는 아낙에게
  지천으로 피어 있는 노란꽃은 똥이 되고
  애기똥은 꽃이 되었을 것이다
  걸음마다 애기가 눈에 밟혀와
  퉁퉁 불은 젖을 추스르며
  세상에, 웬 꽃이 이리 사람 속을 태우는가 하며
  애기똥도 이뻐 보인다는 아낙의 들길에
  애기똥 닮은 그 꽃은 참 별난 꽃이었을 것이다

 


  
                시집「문자들의 다비식은 따뜻하다」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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