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망향(望鄕) / 노 천 명

먼 숲 2007. 1. 29. 10:31

 

 

 

 

 

 

 

망향(望鄕)  

 

 

                                                 노   천  명

 

 
언제든 가리라.
마지막엔 돌아가리라.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아이들이 하눌타리 따는 길머리론
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등잔 심지를 돋우며 돋우며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굴레 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
활나물 장구채 범부채를 뜯던 소녀들은
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

 

개암쌀을 까며 소년들은
금방망이 놓고 간 도깨비 얘길 즐겼다.

 

 

 

목사가 없는 교회당
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도상을 치며 설교하던
촌 그 마을이 문득 그리워
아라비아서 온 반마(斑馬)처럼
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모밀꽃이 하이얗게 피는 촌
조밥과 수수엿이 맛있는 고을
나뭇짐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
서울 구경이 소원이더니
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꿈이면 보는 낯익은 동리
우거진 덤불에서
찔레순을 꺾다 나면 꿈이었다. 

 

 

 


 

 

 

 

 

 


   

          <그림 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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