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근 사유
목련꽃 터지는 소리에 아아, 나는 아파라
■ 마침표에 대하여
문장을 완성하고 마침표를 찍는다 끝이라는 거다 마침표는 씨알을 닮았다 하필이면 네모도 세모도 아니고 둥그런 씨알모양이란 말이냐 마침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뜻이다 누구의 마침표냐 반쯤은 땅에 묻히고 반쯤은 하늘 향해 솟은 오늘 새로 생긴 저 무덤 무엇의 씨알이라는 듯 둥글다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거다
■ 꽃 아닌 것 없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슬픔이 아닌 꽃은 없다 그러니 꽃이 아닌 슬픔은 없다 눈물 닦고 보라 꽃 아닌 것은 없다
■ 아나, 시인
시 읽고 쓰는 데 전념해보겠다고 아이와 아내로부터 1주일 휴가를 얻었다 방학 중인 선배 자취방을 얻어 책 읽고 시 쓰고 똥 싸고 잠 자고... 생활은 누가 하라 하고 내 삶을 누가 대신 꾸리라 하고 세상 다 속이고도 나 하나를 속이지 못하여 한 밤내 잠 못 들다 아나! 시인 엿 바꿔 먹자 옛다! 시
■ 부질없음에 대하여
세상 모든 일이 부질없음을 알고부터 세상에 부질없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 제비꽃비명(碑銘)
착하게 살았던가보다 그 무덤 제비꽃 몇 포기 곱다
■ 사월의 봄 밤 목련의 꽃불로 나를 불러내지 마라 라일락 향기로 나를 취하게 하지 마라 살구꽃 꽃빛으로 나를 노래하게 하지 마라
사월의 캔버스엔 물감을 풀지 않으리 마음으로 그려도 벅차 올라 사월엔 붓을 들지 않으리
눈 감고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바람소릴 채취하던 영화속의 장면처럼 사월의 들판에 서서 봄의 향기를 기억하고 싶다 다시 한 번 지는 봄의 정경을 추억하고 싶다
『 영원히 변하지 않을거라 믿었던 사랑이 변했을 때,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의 대부분이 죽지 않을 만큼만 괴로워 하는 것은 봄날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봄날은 돌고 돈다는 것을 지금의 봄날은 가지만 꽃은 지고 또 핀다는 것을, 물론 그 때마다 봄날의 냄새는 다를테지만... 』
2006.4.10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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