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 도산의 달밤에 매화를 읊다
퇴계 이 황
■ 퇴계 선생은 '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라는 제목으로
여섯 수를 읊었다.
그 시들이 다 멋이 있기에 같이 흠상하고자 한다.
步섭中庭月진人 뜰을 거니노라니 달이 사람을 좇아오네.
梅邊行요幾回巡 매화꽃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고.
夜深坐久渾忘起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香滿衣巾影滿身 옷 가득 향기 스미고 달그림자 몸에 닿네.
獨倚山窓夜色寒 홀로 산창에 기대서니 밤이 차가운데
梅梢月上正團團 매화나무 가지 끝엔 둥근 달이 오르네
不須更喚微風至 구태여 부르지 않아도 산들바람도 이니
自有淸香滿院間 맑은 향기 저절로 뜨락에 가득 차네

山夜寥寥萬境空 산 속 밤은 적막하여 온 세상이 비었는 듯
白梅凉月伴仙翁 흰 매화 밝은 달이 늙은 신선 벗해 주네
箇中唯有前灘響 그 가운데 오직 앞 내 흐르는 소리 들리니
揚似爲商抑似宮 높을 때는 商음이고 낮을 땐 宮음일세
晩發梅兄更識眞 늦게 핀 매화가 참됨을 다시 알아선지
故應知我겁寒辰 이 몸이 추위를 겁내는지 아는지
可憐此夜宜蘇病 가련쿠나 이 밤에 병이 낫는다면
能作終宵對月人 밤이 다가도록 달과 마주 하련만

往歲行歸喜읍響 몇 해 전엔 돌아와 향기 맡아 기뻐했고
去年病起又尋芳 지난해엔 병석을 털고 다시 꽃 찾았다네
如今忍把西湖勝 어찌 이제 와서 차마 서호의 절경을
博取東華軟土忙 우리 비옥한 땅 바쁜 일과 바꿀 손가
老艮歸來感晦翁 노간이 쓴 매화시에 주자는 세 번이나 감동해
託梅三復歎羞同 '수동'이란 글귀로 세 번이나 탄식했네
一杯勸汝今何得 너에게 한잔 술을 주고 싶지만 안되니
千載相思淚點胸 천 년 전 생각에 눈물로 가슴이 젖네

■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사진 출처 : 블러그 "젊은 법사의 불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