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雲山의 쪽빛 호수

영등포역에서

먼 숲 2007. 1. 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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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역에서 』

 

 

어둠은 연착도 없이 노을진 간이역을 지나와
시름진 영등포역에 피곤함을 내려놓고 떠났다
돌아갈 사람들 바람처럼 빠져나간 텅 빈 대합실엔
하루의 셧터문 내리는 소리로 철렁한데
신문지 한 장 덮은 절망들 비를 피한 지하도에서
지린내나는 한뎃잠을 청하려 몰려 다닌다
차라리 굶주림에 우는 사막의 하이에나가 희망적이다
으르렁거리는 굶주림도 없는 절망은 비참하다
전염병처럼 번진 체념의 기침소리로
쿨럭거리는 驛舍를 빠져나오면 가슴이 시리다
아직 찬바람도 불지 않는데도 손이 차갑다
뜨거워지지 않는 냉정한 내 눈길은 매몰찬 바람이다
역겨운 낭만은 쓰러진 소주병처럼 비틀거리고
가을은 막차처럼 쓸쓸히 기적소리 울리며 오고 있어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길 허한 마음에
흠집 난 아오리 사과 한 봉지를 사든다
검은 비닐 봉지 속 누추한 어둠이 무겁다.

 

 

2004. 9.3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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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과 파도

 

                                   도종환 시/ 안치환 곡



능선이 험할수록 산맥은 아름답다

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

산맥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

눈보라 치는 날들을 겨울꽃 터져 오르는 박수로

그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은 저 산맥 ~

 

저 산맥 모질고 험했던 당신 삶의 능선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산맥으로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삶으로 바꿨는가 ~

 

거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다

세찬 바람 등에 몰아칠수록

파도는 더욱 힘차게 부서진다

파도치는 날들을 안개꽃 터져 오르는 박수로

그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은 저 바다 ~

 

저 바다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 삶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파도로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삶으로 바꿨는가 ~

 

산맥이여 파도여 우리들의 삶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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