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회색빛 초가지붕과 중년의 어깨

먼 숲 2007. 1. 26. 10:32

 

 

 

 

 

 

 

 


 

草  家 

 

 

겨울이면
초가집은 더욱 무거운 중력을 느낀다 

때마다 찾아오는 몸살처럼
그러려니도 하지만 

두턴 눈이불 덮고
하얗게 앓고 있으면
차라리 굵은 소낙비가 그립다 

그래도
봄날 가볍게 던져버릴
가뿐한 꿈으로
까만 밤 별을 헤아리다가 

키 낮은 초가 밑으로
밤 새 찾아들면
외로움은 깃털처럼 잦아든다 

대문 앞 오리나무
바람 막던 가지조차 앙상하고
지붕 내려보던 참 나무
이따금
눈모아 짖궂게 뿌려대면 

남은 온기로 차가운 눈
조금씩 녹여
고드름이나마 빚어보다가 

서러움은 투명하다 못해
그렇게
그렇게 땅속으로
무겁게 침묵으로 남는다

 


 2001.12.10 겨울 裸木같은 날에/ 산지기~ 

 

 


 

 

 

 

 

너의 옛집이 그리웁도록
그 둥근 지붕이 생각나는 아름다운 시 고맙다.

우리집도 그랬지만
너의집 뒤꼍도 울울한 참나무 숲이여서
한겨울 바람이 불면 참나무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발이
오로라빛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웠지.

상수리 빈껍질을 밟으며 산을 오르면
가끔 느닷없이 노송에서 떨어지는 눈사태에
하얗게 겨울을 뒤집어 썼었건만 추억이 되었구나.

어느새 노오랗게 새로 이은 햇지붕처럼
숨죽지 않은 이엉으로 빳빳한 푸새같은 초가의 모습도
세월속에 회색으로 탈색하고
지붕은 군데군데 골이 지거나 썩어
추녀엔 참새집 하나 지을 수 없게 퇴락했구나.

용트림처럼 올라 앉아 있던 용구새도 풀이 죽어
나즉하게 어깨를 내려
뒷산의 언덕과 눈맞춤을 하고 있는것 같다.

어쩌면 중년은 정겹고 따스한 어깨를 지닌 초가처럼
한여름 햇볕과 퍼붓는 장마비와 바람을 다 피하고
한결 앏아진 지붕의 두께로도 사랑하는 식구들을 위해
한겨울 다시 쌓인 눈 녹여가며 그 시름 삭여
추녀에 주렁주렁 달린 눈물의 결정체로 빛나는 것은 아닌지,

내 발상이 지나쳤는지는 모르나
회색빛 초가지붕과 중년의 어깨
그 쳐진 각도가 웬지 나란한 어깨동무같다.

한 해의 끝인데 얼굴 한 번 못보는구나
벌써 꽤 되었을텐데

그래도 가까이 있는 느낌이 다행이다.
건강하길..........

그리운 옛 집을 생각하며.

 



2001.12.11일. 추억의 오솔길.



 

 

 

 


'내 마음의 산그림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스텔  (0) 2007.01.26
해빙...그 언어의 행간에서  (0) 2007.01.26
저물녘  (0) 2007.01.26
칠월의 편지를 읽으며  (0) 2007.01.26
그리운 서정의 숲  (0) 2007.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