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칠월의 편지를 읽으며

먼 숲 2007. 1. 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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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의 편지를 읽으며
맨발로 이슬젖은 산길을 걸어 왔습니다.

마을이 가까운 잔디갓에 자귀나무가
새털처럼 보드라운 꽃송이를 송아리째 떨구고
꽃빛을 하얗게 말리고 있었습니다.

청보라빛 도라지밭을 지나는 길에서
그리움 한송이 따서 들여다 봅니다.
꽃가루처럼 묻어나는 추억을............

칠월은 그리움조차 모르게
무성한 망상의 구름만 피웠더랬습니다.
속으로 영글어가는 내향성의 자람보단
어디로 먼 도피처럼 떠나고픈 외향성의 출발을 향해
하얀 돛을 달고 배를 띄웠습니다.

어쩌면 소음을 피해
아주 깊은 산 속으로 숨어 들고파
은둔의 자리가 어딜까 하고
지도를 펴고 낯선 산이름을 나열해 봅니다.

황병산,청옥산,청량산,백화산,계방산,두타산,

산간마을에 마음의 진을 치고
계곡을 지나 능선을 넘고 산맥을 따라
나그네처럼 봇짐을 쌉니다.

칠월은 궂은 장마속에서
마냥 떠나고픈 생각만으로 깊어져 가고
음습한 우울이 곰팡이처럼 피었습니다.

결국
그 방안에서 칩거하면서.............

박꽃이 피는 저녁엔 별빛도 희더군요.
세상이 전부 초록인 여름에 박꽃은 유난히 하얗게 피었었지요.

 

2001.7.3일. 추억의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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