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나에겐 소중하고 아팠던 기억조차

먼 숲 2007. 1. 26. 08:48

 

 

 

 

 

 

 

 

 

 

 

 

 

 

날씨가 무척 쌀쌀해졌습니다.


아침마다의 기온차가
여름에서 가을로 오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쓸쓸하고 기슴 시리게 합니다.
주일내내 매달렸던 어떤 드라마가 종영되거나
영화가 끝나고 어두워진 밤길로 나서는 섬칫하거나 허전한 느낌처럼
움추리는 마음이 싫어집니다.

매일 몰아치는 아침뉴스의 불안함과
차갑게 식어버린 불황속의 경기가
밤과 낮의 기온차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이 가을
단풍은 무심하게도 붉어지고 찬서리를 맞고 있겠지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숨막힐 것 같아
가까운 하늘공원에 갈대 축제를 보러 간다고 나섰더니
난지도를 메운 인파로 더 숨막혔습니다.
비단 저만의 별스런 감정이겠지만
어쩌다 이런 가을바람을 맞아야 하나 하는 씁씁함을 숨기고 맙니다.

지천으로 피어나던 억새풀의 능선에서
반짝이며 휘날리던 은발의 바람과
서걱거리는 낙엽으로 바짝 긴장했던 고향의 산길은 오간데 없고
그저 사람에 휩쓸려 메탄개스 냄새 나는
삭막한 쓰레기의 언덕을 오르는 마음도 싫었습니다.

공원의 한귀퉁이에도 작은 지게가 있었습니다.
집과 갈대로 만든 따듯했던 여러가지 옛 생활품이
한낱 구경거리로 전락해 길바닥에 전시된 것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세월은 야속해서 아름답던 우리의 추억조차
그렇게 잊혀저가고 사라져 가는 잡동사니처럼 버려져가나 봅니다.

나에겐 소중하고 아팠던 기억조차...


 

 

2003.10.20.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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