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雲山의 쪽빛 호수

진달래꽃 필 적에

먼 숲 2007. 1. 26. 00:44

 


 

 

 

『 진달래꽃 필 적에 』

 

 


산그늘 잠드는
산골마다
사월이면 타오르는 꽃불

 


진달래꽃 필 적엔
꽃불에 홀려
꽃을 따러 
머언 산을 헤멘다

 


진달래꽃 한아름
볍씨 담근 질그릇에 꽂아 놓으면 
봄볕에 향기로운
꽃술이 고이고

 


홀로이
입술이 붉어지도록
꽃술을 마시면

 


꽃술에 취해
꽃빛에 홀려
한나절 산 속에 잠들었다가

 


바람결에 잠깨어
그리움의 눈을 뜨면

어느새 마을은
보랏빛 노을

 


봄날의 아련한 내 꿈 위에도
꽃그림자
아른거린다.

 

 


1985년 봄 사우디에서. 추억의오솔길

 

 

 

 

  

■   오래 전 詩 흉내를 내려고

      마음의 노랠 부르며 읊던 이 詩를

      봄마다 다시 올리며 보랏빛 鄕愁를 우려 냅니다.

 

      사월이 되면

      볕바른 앞마당에

      한 해 농사 준비를 위해 커다란 독에

      볍씨가 가득 담겨져 있었고

 

      가끔 산을 휘돌고 온 소년은

      한웅큼의 진달래를 꺾어다

      시큼하게 볍씨 불리는 독에다

      꽃을 꽂아놓곤 했지요.

 

      못자리를 하는 날엔

      애꿎은 황사 바람이

      처녀 치맛자락 들추듯

      심술궂게 눈부신 비닐자락을

      훌러덩 뒤집고 도망갔지요.

 

    

      2004.삼월의 끝에서.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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