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雲山의 쪽빛 호수

나를 비워두고 가는 사이

먼 숲 2007. 1. 26. 00:14
 

 

 

 

 
 
 

 

 
 
 
 
 
나를 비워두고 가는 사이
네가 들어와 숲이 되어라
싸리꽃 피는 유월은 그렇다 해도
칡꽃 피는 칠월은 혼자 오거라
땀내나는 입성 벗어 버리고
허기진 욕심도 벗어놓고 오너라

가릴 것 없는 알 몸이 숲이 되고
기댈 곳 없는 외로움 산이 된다
갈 곳 없는 막막함이 물길이 되어
나에게로 흐르고 너에게로 간다
나를 비워두고 가는 사이
너는 보이지 않는 골짜기로 깊어져
내 어깨가 흔들리지 않게 산맥이 되거라

눅눅한 삶의 부딪침이
더위보다 더 무겁게 지친 여름이면
네 가슴 적도처럼 뜨거워진 심장에
청록빛 "입산금지" 팻말을 내 걸고
나를 비워 두고 가는 적막한 사이
청산으로 들어 와 산그늘이 되어라
싸리꽃이 지거나 칡꽃이 지는 동안은.
 
 
2003.6.20.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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