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雲山의 쪽빛 호수

국화가 피었다고

먼 숲 2007. 1. 26. 00:17

 

 



 

    『 국화가 피었다고 』


    국화가 피었다고
    기별할 이도 없는데
    지워지지 않는 추억처럼
    가슴에 국화 향기가 깊어진다
    마음 끝 그리움으로 취해 어지럽다

    내 인생의 향기를 지니고 싶다면
    노오란 국화 향!
    마른 기억속에서도 피어있는
    황국의 꽃냄새이고 싶다
    벗이라는 낙엽같은 이름에서
    누룩같은 국화향이 난다

    김포 평야가 황금들판으로 물들어 가면
    국화가 피었다고
    국화가 피었다고
    먼 사람에게 소식을 전하련다

    국화향기처럼
    저물어 가는 사람이 그리워
    그 먼사람에게 엽서를 쓰련다



 

 

 


    『그 산 언덕 3부 능선
    억새꽃이 은빛으로 빛나고
    산섶 호젓한 오솔길 오르다
    산비탈 구절초가 다북하게 피거들랑
    거기 산 아래 골밭에
    수수가 익어 바람에 휘청거리면
    가을 날 바람처럼 올라 오거라


    오래 전 가을날
    코스모스 핀 자유로를 따라
    임진강 하류쪽으로 가다 보면
    에펠탑처럼 송전탑이 보이고
    그 샛길을 내려오면 논길 옆으로
    소국이 낮으막하게 핀 "풍경"이란 곳이 있었지
    그 찻집에서 국화차라도 마시자
    국화차가 없으면 가을하늘이라도 마시자』


    서늘한 가을이
    어둠을 허리께까지 끌어 덮은 저녁
    그 집 고적한 섬돌 위엔
    흰 고무신 한켤레 없는데
    숨어서 귀뚜라미가 운다
    창호지에 스민 달빛에서
    노오란 국화 향기가 피어난다


    바람이 그 적막한 집을 지나쳤을까
    필시 그는 엽서를 받았을텐데 부재중이다


    2003.9.21일. 먼 숲



     

        풍 경


                                 권   대   웅


        물가에 어른거리는 저 하늘은
        풍경의 또다른 그림자입니다
        물이 끌어 당기는 그리움입니다

        문득 먼 곳의 불빛이
        마음속 풍경을 비추는 저녁
        눈 속 가득 삼투해오는
        당신의 간유리는 아픔입니다

        추억처럼 누구나 살아가는데
        풍경 하나 서 있고
        그 풍경의 모든 그림자는 아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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