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위의 날들

하산길에서

먼 숲 2013. 6. 19. 15:11

 

 

 

 

 

 

 

 

 

 

 

 

 

 

 

혼자 쓸쓸히 산을 내려와 본 사람은 안다

 

하산길에서 때론

사랑하는 사람이 그립다는 걸

 

앞 서 가는 사람의 뒷 모습이 길이 되고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사람의 어깨가

능선처럼 편안하고 산맥처럼 든든해

저물어가는 세월길에서 등을 기대듯

마음 기대보고 싶다는 걸

 

목표를 향해 앞 서 오르던 오르막길에선

산마루만 올려다 보고

구름같은 생각만 하다보니

내 생각만 골똘했다

 

하산길에서

서너발자국 앞 서 내려가며

 행여 뒤쳐지는 사람 위험하지 않을까

버팀목처럼 받쳐주고

가끔 뒤돌아보고 웃어주며

나무처럼 우뚝 서 있던 사람의

수호신같은 뒷모습을 볼 수 없었다

 

깊어가는 여름산에

무거운 시름 내려놓은 하산길에서

정겨운 동행의 말벗과

두런두런 주고받는 이야기는

흐르는 물소리되어

또 다른 삶의 길을 보여주고

마음 나누는 도반처럼  힘이 된다

 

들꽃향기 그윽한 산길 걷다 보면

발소리가 길이 되는 하산길

그래도 하산길은

저무는 시간처럼 쓸쓸하다

 

 

 

2013년 6월 25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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