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쓸쓸히 산을 내려와 본 사람은 안다
하산길에서 때론 사랑하는 사람이 그립다는 걸
앞 서 가는 사람의 뒷 모습이 길이 되고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사람의 어깨가 능선처럼 편안하고 산맥처럼 든든해 저물어가는 세월길에서 등을 기대듯 마음 기대보고 싶다는 걸
목표를 향해 앞 서 오르던 오르막길에선 산마루만 올려다 보고 구름같은 생각만 하다보니 내 생각만 골똘했다
하산길에서 서너발자국 앞 서 내려가며 행여 뒤쳐지는 사람 위험하지 않을까 버팀목처럼 받쳐주고 가끔 뒤돌아보고 웃어주며 나무처럼 우뚝 서 있던 사람의 수호신같은 뒷모습을 볼 수 없었다
깊어가는 여름산에 무거운 시름 내려놓은 하산길에서 정겨운 동행의 말벗과 두런두런 주고받는 이야기는 흐르는 물소리되어 또 다른 삶의 길을 보여주고 마음 나누는 도반처럼 힘이 된다
들꽃향기 그윽한 산길 걷다 보면 발소리가 길이 되는 하산길 그래도 하산길은 저무는 시간처럼 쓸쓸하다
2013년 6월 25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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