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위의 날들

논두렁에 서서 / 이 성 선

먼 숲 2013. 6. 6. 10:05

 

 

 

 

 

 

 

 

 

 

 

 

 

논두렁에 서서

 

 

                                          이  성  선

 

 

 

 

갈아 놓은 논고랑에 고인 물을 본다
마음이 행복해진다
나뭇가지가 꾸부정하게 비치고
햇살이 번지고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잠기고
나의 얼굴이 들어 있다
늘 홀로이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다
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모두가 아름답다
그 안에 나는 거꾸로 서 있다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이
본래의 내 모습인 것처럼
아프지 않다
산도 곁에 거꾸로 누워 있다
늘 떨며 우왕좌왕하던 내가
저 세상에 건너가 서 있거나 한 듯
무심하고 아주 선명하다

 

 

 


 

 

 

 

 

 

 

'사막위의 날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산길에서  (0) 2013.06.19
흐린 날의 시작  (0) 2013.06.16
국화주 한 잔  (0) 2013.06.06
유 월 / 오 세 영  (0) 2013.06.03
出 家  (0) 201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