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위의 날들

사월의 노래를 듣다

먼 숲 2013. 4. 2. 10:07

 

 

 

 

 

 

 

 

 

 

 

 

 

 

 

 

 

 

 

누군가 그리운 것들은 산넘어 있다 했지만

그 해 봄, 그리운 것들은

사막을 건너고 인도양을 넘는 아득한 거리

마냥 하늘을 바라보아도 짐작할 수 없는 곳에 있었다

그래도 그리움이 꽃구름처럼 일어 오면

멀고 먼 하늘을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여기 황막한 사막에선

복받치는 감정도 죽어갔지만

간혹 바람처럼 휭하니 그리움이 밀려오면

바람소릴 들으러 사막으로 나섰다

지평선까지

보이는 전부가 흙빛인 사막에 서면

신기하게도 마음에 가진 모든 잡념들이 사라졌다

 

나는 태고의 원초적 모습으로

사막처럼 텅 비워진 자신을 보곤 했다

오아시스조차 꿈 꾸지 않는 오롯한 자아는

그저 사막을 휘감고 가는 바람이었으면 했다

 

살아 있는 생명조차 쉽게 볼 수 없는 사막에서

왜 그리 마음이 평온했을까

바람으로 전해져 오는 소리를

바람으로 흘려 보내는 일체감에서였을까

 

아마도 모든 욕심조차 부질없어 보이는

그저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가난을

그 황막한 사막에서 느꼈기 때문일까

사막은 죽어 있는 게 아니라

시공을 초월한 평온이였다

 

사월의 노래를 듣는다

한 때 사막처럼 황폐했던 내 청춘이 그립다

먼 오아시스의 날들이

 

 

 

2013년 4월 2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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