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노스텔지어

상처받은 천사

먼 숲 2012. 3. 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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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o Simberg; (1873~1917) " The wounded angel " (1903년작)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 꽃을 피우며
추억에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우리를 감싸 주었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

 

 

T.S .엘리어트의 詩 『 황무지』에서


 

 


■  오랫만에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로 사월을 열려고 한다

화사한 계절에 우연히 『상처받은 천사』라는 그림을 보고 생각난 시가 황무지다

"잔인하다"는 싯귀가 시각적으로도 피 흘리는 듯 잔혹스럽게 느껴져

시의 은유와는 다르게 잘 인용하지 않았던 시다

그림을 처음 본 순간부터 마치 뭉크의『절규』처럼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고갤 숙인 채 눈을 가린 천사의 접은 날개가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그보다 더 눈길이 가는 건 두 소년의 표정이다

화난 채 모든 걸 체념한 듯한 한 소년과 원망의 눈으로 공포스럽게 쳐다보는 또 다른 시선

어쩌면 요즘 우리 현대사회에서 많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모습은 아닐까

인간 세상이 너무 험하고 무심하게 잔혹한 일들이 많아

선악의 기준마져 점점 기울어 가거나 허물어져 가는 이 세상에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본 천사가 눈을 다친 건 아닐까

그러니 이 아픈 천사를 보호하는 소년들의 표정은 더 아프고 원망스러우리라

 

모든 생명을 깨우는 잔인한 사월이다!

죽은듯 침묵하던 생명들, 모든 추위와 결핍을 인내하며 겨울을 난 생명들.

그러한 생명들이 다시 살아나는 계절이다

이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천사들도 사월엔 새싹처럼 새살이 돋고

아픈 상처가 아물어 꽃이 피고 잎이 돋는 계절이였으면 좋겠다

어둡고 침울한 소년들의 얼굴에 봄볕처럼 밝고 화사한 미소가 피어났으면 좋겠다

눈을 다친 창백한 천사도 이 봄엔 나비처럼 날개짓을 하며

어둔 세상 구석구석 밝은 희망의 빛을 뿌려주었으면 좋겠다

여기저기 꽃이 피려고 꽃망울이 부풀어 있다

곧 축포처럼 꽃이 피고 고을마다 꽃사태진 화려한 전쟁이 선포될 것이다

봄을 향한 아름다운 항거가 시작되었다

 

 

 - 아! 이 사월 나는 비감한 마음으로 슈벨트의 현악사중주『죽음과 소녀 』를 듣는다 -

- 그러나 나는 찬란한 이 봄, 슬픈  비극을 원하지 않는다 -

 

 

                                                              2012년 3월 31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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