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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히말라야 메이리설산 아래 윈난성의 봄을 꿈꿨다 전설처럼 쌓인 만년설이 녹아내린 계곡마다 초록의 다랭이 밭이 꿈이랑처럼 주름살을 펼친다 바람에 나부끼는 오색 룽따의 깃발에 봄을 적어 바람의 말을 전한다 나귀등에 짐을 싣고 험준한 차마고도의 협곡을 지나는 마방들을 따라 나도 설산을 넘어 새 봄이 오는 조붓한 길을 나서고 싶다 내 평생 가지 못할 샹그릴라의 마을에 살구꽃이 만개하면 다시 봄길을 떠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어쩌면 이제 봄은 내 안의 소박한 종교이고 순례길이다
휴일 봄바람이 이월의 가지끝에서 부는 오후 마른 겨울꽃이 먼지처럼 핀 한강 둔치 갈대숲길을 걸었다 겨울의 아픈 기억이 편린들처럼 부서진 유빙이 해빙의 강가에 깨진 사금파리처럼 쌓였다 누가 저 부서진 겨울의 징검다리를 건너 봄을 찾아 떠났을까 느리게 느리게 흐르는 유빙의 푸른 등이 갚은 물속에 얼굴을 숨긴 전설속의 괴물같다 처참하게 부서져 쌓여있는 겨울의 잔해앞에서 봄을 고한다
내 안에 실핏줄처럼 흐르는 봄의 맥박을 짚으며 허공을 날으는 방패연을 향해 이 겨울의 끝을 알린다 이제 끊어진 연줄에 감겨 마른 풀숲에 쳐박힌 겨울을 잃어버리려 한다 나목이 되어 하나 둘 드물게 서 있는 버들숲을 지나며 수액으로 촉촉히 물오른 가지에서 봄의 생기를 만져본다 아직 얼음조각 그득한 강물에서 철새들이 바삐 봄을 자맥질한다 산란을 위해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떼처럼 나도 봄을 찾아 도심을 벗어나 멀리 해밝은 교외로 떠나고 싶다
남쪽으로 부는 바람을 향해 걸으며 노오란 유채꽃밭을 가로지르는 저전거 탄 풍경을 상상한다 나는 다시 이 봄을 맞으며 얼마나 아리게 봄앓이를 할까 이젠 그렇게 봄은 신경통처럼 아프게 내 허릴 관통하고 있다 겨울의 끝에서 깊고 맑은 봄의 물소릴 듣는다 남겨진 해길이가 짧아질수록 봄은 동백처럼 붉고 곱다 언제부턴가 기다림보다 서둘러 봄을 맞으러 강가에 나선다 멀리 남쪽 끝에서 바람결에 봄쑥향기가 전해지는 오후 병아리빛 봄 햇살이 눈 녹은 대지위에서 해살거린다
2012년 2월 15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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