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노스텔지어
내 마음의 골짜기에 쌓이는 적설량 깊어질수록
나의 작은 암자는 백야처럼 적막해져 갔다
고요는 순백으로 빛나고
한 시절 지나 시들어 사라져 간 것들은
긴 긴 겨울속에서 잠잔다
다만 깨어있는 것은 얼지 않는 겨울의 고독
애당초 영혼은 춥고 가난했던 것처럼
앙상할수록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그래선가 겨울엔 그리움을 말하지 않는다
견고한 고립속에서 홀로 울며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가벼운 적설속에서
구름같은 꿈을 꾸며 잠들어갈 뿐이다
먼 기억의 고향에 눈이 오는 시간은
나의 순결한 겨울잠 깨우지 않으려
아름답고 적막한 고립을 위해
바람도 내게로 오는 길을 지우고 간다
어느날 눈부신 결빙의 골짜기 녹아
전설처럼 잠자던 유골 깨어나면
봄은 꽃으로 피고 새싹으로 돋는 파릇한 기적
봄이 올때까진 추운 별도 울지 않는다
한 밤 내내 자작나무 숲으로 눈이 내린다
소리없이 가슴께에 눈이 쌓이고
내 겨울잠은 동굴처럼 깊어진다
경계를 지우는 아름다운 積雪은 꿈이고 평화다
2012년 1월 25일 먼 숲
<수채화 정 봉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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