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대놓고 떠들면서도 또 무엇을 구질구질하게 떠들어대려는지 어이상실이다 시쳇말로 쌩까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정말 할 말이 많은것 같은데도 다 그렇고 그런 얘기, 뭐 할 이야기가 있나 하는 생각이 맞다 십여년을 넘게 남들과 소통한다고 대놓고 떠들면서 글을 쓰고 문을 열고 닫으며 변덕스럽게 꼴갑을 했는데 진정 나는 지금껏 한마디도 내 진정을 이야기 했을까 더구나 소통을 거부한 채 문을 걸어 잠그고 잘난 척하는 겉다르고 속다른 사람 아닌가 설사 내가 진정이란 걸 이야기 했다 해도 그걸 누가 인정해 줄꺼며 나 스스로도 그걸 인정하겠는가 의심스럽다 참 가증스럽고 부끄러운 헛소리일뿐이다 뱀의 혀를 빌려 더러운 속내를 날름거리고 꽃과 벌과 나비를 빌어 썩은 허울을 보여주며 향기로움을 꼬드기려했을 것이다 내 안의 대부분이 추하고 냄새나는 욕심으로 출렁이고 내 안의 머리끝까지 분노와 저주가 용암처럼 끓고 있는데도 그동안 어지간히 착한 척, 고상한 척, 고고한 척, 아는 척을 하며 스스로의 자만으로 즐거워했다 그런 위로와 위선이 나를 살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언제나 내가 최고고 옳다며 정당화하려 했다 그게 얼마나 나약하고 비열한 거란 걸 뻔하게 알면서도 그렇게 포장하는게 편했다 아니지, 지금 세상에 옳고 그름의 기준이, 진리라는 말조차 흔들리고 알 수 없는 오판으로 혼란스러운데 내 스스로 그런 판단을 하는 것조차 오류를 넘어선 오만일게다 아침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옹골진 약속을 잔뜩 떠벌려 적은 찌라시를 건네며 인사를 하려 한다 그도 십여년 넘게 선거철이 돌아오면 우리 마을입구를 돌며 방긋방긋 아는 척을 한다 어디 환승역과 어디 전철이 연결되고 어느 지역에 편의 시설이 들어오고 하는 청사진이 그가 하는 일이다 이젠 식상하고 지겨운 그 소리와 얼굴이 싫어 애써 외면하는데도 슬금슬금 말을 건넨다 짜증스러워 대놓고 면전에서 떠들어대고 싶은 마음을 참고 고상한 척, 도도하게 허릴 편다 받아 쥔 찌라시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버스에 오른 즉시 유인물을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때론 내 인생도 그렇게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은데도 나만의 인생이라고 소중하게 생각하니 웃긴다 어쩌면 그도 나처럼 십여년 넘게 내심 진심이라면서 똑같은 구호와 포장된 말을 늘어놓고 있는가 또 다시 시작이다, 아니 반복이다 이제, 나도 할 말이 없다고 대문짝만하게 플랭카드를 걸어놓고선 여전히 궁상맞은 삶의 투정과 사는 게 힘들고 지친다. 인생이 외롭고 쓸쓸하다는 둥, 변치않는 청승과 감상을 떠벌릴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그렇게 힘든 세상을 왜 사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살려고 징징대고 애들처럼 울 것이다 모든 세상일이 지 손에 달린 것처럼, 나만이 남을 잘 살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처럼 나도 나 혼자만이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외롭고 아픈것처럼 하늘을 올려다 보고 한숨을 쉴 것이다 난 항상 이렇게 습관처럼 모든 진심을 다 털어놓는 듯 연극대본을 쓰는 것에 익숙해져 가니 아마 평생 고해성사도 못할 것이다 그래도 할말이 없다 하면서도 미리 자수하는 사람처럼 자술서를 쓰니 할 말은 다 한 것처럼 속 시원하다 난 올해도 내 모든 잘못과 거짓과 위선과 어리석음에 스스로 뻔뻔하게 아니 당당하게 면죄부를 줄 것이다 난 이런면에선 아주 상습적이고 뉘우칠 줄 모르는 파렴치한이다 이런 내가 진정 미웁다면 나에게 돌을 던지시라 나는 그 돌에 피흘리고 아파하고 자학함을 즐기리라 그게 아주 오래전부터 배운 삶의 순리이고 애증이였다
2012년 1월 10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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