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울 한 샹 송
이 수 익
꽃잎이 서설처럼 이리저리 바람에 날린다 바람에 쓸리어 꽃그림을 그리는 봄날의 풍경속에서 아련히 그려지는 추억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투명한 수채화 같던 추억은 이젠 지워져가는 밑그림이 되어가고 무채색으로 덧칠되는 세월의 붓질은 투박하고 속이 보이질 않는다 시나브로 나부끼는 작은 꽃잎들이 잊혀진 낱말처럼 어지럽고 지워져가는 행간 사이로 귀에 익은 올드 팝이 흐른다 오래전 꽃봉우리같던 시절에 듣던 "가방을 든 여인"이다 오늘따라 이 노래가 유난히 반갑고 그립다 휘파람으로 흥얼거리며 따라부르니 괜시리 로맨틱해지며 이수익의 시 『우울한 샹송』이 생각난다 조금은 유치해지고 낭만적이고 싶고 뜬금없이 단발머리 여자 동창생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딜가면 우리의 잃어버린 청춘을 찾을 수 있을까
라일락 향기 그윽한 우체국, 작은 화분들이 있고 호젓하고 볕밝은 찻집, 산그늘처럼 쓸쓸하고 적요로운 간이역, 진달래와 조팝꽃이 흐드러진 오솔길, 연두빛 버들숲을 따라가는 긴 강변, 아니면 연극포스터와 젊은 연인들이 붐비는 대학로....
어딜가면 우리의 잃어버린 추억을 찾을 수 있을까 어딜가면 사랑을 찾아 바람부는 거리를 해찰하는 지난날의 나를 만날 수 있을까
2010년 4월 22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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