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산그림자

섬에서 둥굴레꽃을 만나다

먼 숲 2009. 5. 30. 19:53

 

 

 

 

 

 

  

 

 

 

 

 

 

 

 

 

 

 

너를 만나면

제주 민요를 닮은

꽃이름이 어여뻐서

둥그래 당신~ 둥그래 당신~ 하며

혼자 굿거리 장단에 흥얼거렸는데

너는 꽃마져 조롱조롱한 음표가 되어

마디마디 노래를 담고 있느냐

너의 꽃그늘에 앉아

둥굴레 당신~ 둥굴레 당신

떠나간 옛처자들

동글동글한 얼굴 떠올리며

소근거리던 노랫소리나 들으련다

 

 

 

 

 

 

 

 

 

 

오월 중순, 서해의 섬에서 둥굴레꽃과 참나리꽃을 만났다

나리꽃은 유월이 깊어져야 피겠지만

작은 산으로 이루어진 섬이다 보니

섬 전체가 둥굴레와 나리꽃 군락지다

이쁘게 말하면 꽃섬인 셈이다

파도가 외지의 접근을 차단한 고립의 땅에서

오랜 세월, 바람에 자신의 씨를 옮기며

섬 구석구석 꽃을 피우며 자생한 야생화가

꽃마을을 만들고 꽃섬을 만들었나 보다

작고 하얀 초롱꽃이 매듭처럼 핀 둥굴레도 이쁘지만

까만 죽은깨가 박힌 주홍빛 나리꽃이

지천으로 필 꽃섬의 여름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푸른 바다를 향해 너울대며 필 나리꽃의 장관을 상상해 본다

바람과 파도만 오가는 적막한 섬에서

꽃은 홀로 피며 지네들끼리 정다히 집성촌을 이루며 산다

사람은 모여 살아도 외로운데

꽃은 살랑이는 해풍에도 즐거운 듯 재잘거린다

나리꽃 피는 꽃섬이여

나리꽃 피는 유월이여

꿈속을 흐르는 나의 섬이여

 

 

2009.6.1 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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