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간극에서 꽃이 피고 꽃이 지는데 꽃주위가 환한 언저리를 스치며 지날 뿐 이제 나는 멀리 있어 내 안엔 꽃이 피고 지지 않는다 순식간 봄꽃이 지듯 참으로 빠르게 세월은 흐르는 데도 이젠 무심한 아침길에 흩날리는 낙화의 꽃바람에 탄식하지 않는다 느리게 관조의 시간속을 걷고 싶지만 봄 한 철 바쁘게 사는 것도 내 삶의 모습이니 꽃비늘처럼 쌓이는 사월의 꽃길 아래서 저문 그림자를 바라본다 여전히 꽃이 피는 순간은 아름답고 꽃지는 자리의 그림자는 쓸쓸하다 여전히 나는 꽃이라는 찰라의 모습에 집착하고 꽃은 우주의 중심이 된다 한 철 꽃구름으로 피던 봄꽃들처럼 내 생의 어느날도 꽃이었을까 꽃 진 자리에 새 잎이 돋아 나날이 산빛이 푸르러진다 이젠 무성하게 피는 연녹색의 나뭇잎이 꽃이다 아직도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중심은 꽃이다
2009.4.15 일 먼 숲
<사진: 우두망찰 세상보기에서>
|
'내 마음의 산그림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에서 둥굴레꽃을 만나다 (0) | 2009.05.30 |
---|---|
아침가리골 (0) | 2009.05.14 |
사월의 봄 밤 (0) | 2009.03.29 |
생 명 (0) | 2009.03.17 |
살구꽃 피는 마을 (0) | 2009.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