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꽃 / 백 중 기 화 백
캄캄한 그믐밤에 수천마리의 나비떼라니....... 화가는 까만 밤에 나비떼를 그렸다
여름의 한복판이였을 것이다 달빛이 물소리를 따라 흐르던 밤 깜깜한 밤길을 걷다가 수천마리의 노랑 나비떼를 목격했다 이 깜깜한 한 밤중에 눈부신 나비떼라니 어둔 달빛보다 환하게 흐드러진 달맞이꽃의 눈부심에 황홀했다 꽃빛에 홀려 노랑 나비떼를 따라 총총히 빛나는 별나라에 가고 싶었다 그 순간이 생생해 며칠 달맞이꽃 사진을 검색했지만 전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오랫만에 들른 백화백의 갤러리에서 달맞이꽃을 보게 되었다 그림을 보는 순간 그날밤의 아름다운 달맞이꽃 풍경이 환하게 되살아 났다 정말 황홀한 달맞이꽃의 속삭임이다 백화백은 수천마리의 나비떼를 달맞이꽃 위에 그렸다 여름별처럼 총총한 노란 달맞이 꽃이 새벽이 오기 전에 모두 나비가 되어 날아갈것처럼 꽃잎이 팔랑거린다 푸른 새벽이 오기 전, 한여름밤의 슬픈 전설은 꽃이 되고 나비가 되어 캄캄한 그믐밤이면 하늘나라에서 뭇별이 되었다
화랑 전시회에서 백화백을 본 지 벌써 몇년이 되었다 그가 사는 산골의 동화는 그의 캔버스에서 별빛 이야기가 되었다 오늘도 그는 옥빛 동강의 굽이진 물줄기와 넘고 넘는 생의 고갯길의 애환과 그리움을 청람빛 슬픔을 걸러 낸 푸른 별빛으로 그려낼 것이다 작년 여름, 백화백이 사는 강줄기를 따라 가면서 강안개처럼 피어나는 막연한 그리움을 강물에 흘려 보냈다 그림속의 나비떼가 내 마음의 언덕에 가득 날아 오른다 달맞이꽃의 기다림이 수만마리의 나비가 되었다
2008.9.30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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