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의 여백

겨울 정담 / Gaetano Bellei의 그림

먼 숲 2007. 11. 27. 18:49

 

 

 

 

    

 

Gaetano Bellei

 Italian Academic Classical artist

born 1857 - died 1922

  

■ Gaetano Bellei 라는 화가와 그의 그림은 생소하다. 언젠가 KBS 인터넷『당신의 밤과 음악 미술관』에서 따듯한 숄을 두르고 안락한 의자에 앉아 행복하게 커피를 음미하고 계신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림을 보는 나도 행복하고 포근했다. 어떻게 살아가면 저런 행복한 미소가 피어날까. 어떻게 늙으면 저리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생의 주름살로 생의 질곡을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 가득해졌다. 소외되고 버려지는 노년의 삶이 저 할머니와 할아버지처럼 기쁘고 넉넉한 미소로 그려질 순 없을까. 지나간 내 생을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라야 저리 곱고 따스한 미소가 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박한 노부부의 행복한 모습의 그림을 보면서 작은것에도 즐거워하지 못하고 만족치 못하는 많은 현대인들의 깨어진 마음은 얼마나 가난한 모습인가 생각케 한다. 설핏 부는 조석의 바람이 차갑고 어깨가 시렵다. 어느새 내 마음에도 따스한 할머니의 숄을 마음에 두르고 싶은 겨울로 깊어 간다. 밀감 향기가 새콤한 십이월이 가깝다. 세모의 계절, 들떠있던 마음을 살포시 감싸안고 해밝은 창가에 앉아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음미하고 싶다.

 

 

 

 

 

A Good Brew

 

 

A Good Smoke
 
■ 어릴적 기억의 풍경을 그려 본다. 그 때는 옆집에 우물이 있어 물길러 자주 뒤란을 들락거렸다. 두레박이 손에 쩍쩍 달라붙는 한겨울, 어둠같은 깊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다 보면 볕드는 안방에서 두런 두런 책읽는 소리가 들려 왔다. 환갑이 넘으신 친척 아저씨가 간간히 놋쇠 재털이에 긴 곰방대를 탕탕 쳐가며 이야기 책을 읽으시면 군밤이나 고구마를 묻어 둔 따스한 화로곁에선 안경을 낀 아주머니가 버선을 깁거나 바느질을 하며 도란도란 겨울을 나셨다. 어린 나이지만 해밝은 창호지에 어린 그 겨울 풍경이 참 부럽고 여유로워 보였다. 부부가 따슨 아랫목에서 짧은 오후를 보내는 겨울날엔 고양이 졸음같은 따사로운 햇살이 툇마루에 소복히 쌓이고 처마에 실로폰처럼 줄지어 달린 수정고드름이 느리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을 길어 미끄런 얼음판길을 나오며 이담에 나도 저리 여유롭게 겨울을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세월이 멀리 흘러 아직 나는 그리 한가로운 겨울을 꿈꾸지 못하고 살지만, 이담에 가까운 이웃들이라도 있어 고독하지 않고 다정한 정담이라도 나눌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내 인생의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왈츠를 추는 호강을 누리진 못해도 온기가 식지 않는 햇살같은 겨울이면 좋겠다. 화롯불에 둘러앉아 정겨운 한담을 나누는 겨울, 밖에는 그림처럼 눈이 내렸으면............
 
2007.11.29 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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