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동 엽 서
이 기 철
미나리 잎새 얼어서 얼음 밑에 묻혀 있던 그 겨울 장작개비 책보에 얹고 가던 등굣길 소백산맥 끝 웅크린 골짜기 너는 전근 가는 아버질 따라 진주인가 사천인가로 닳은 고무신을 끄을며 떠났지만 얼음이 얼다 녹던 축축한 묏부리에 앉아 마른 잔디만 집어 뜯던 나는 지금 허언을 괴로워하는 삐걱이는 강의실 계단을 오르내린다 스물이 지나 서른이 되어서 너의 그 검정치마도 세상따라 모양이 달라졌겠지만 진주인가 사천인가의 언덕 아래 조그만 마을에서 너의 아이들에게 새로 핀 꽃이름을 가르치고 있는가 이 겨울 난로 꺼지면 나는 양말을 갈아 신고 저 죽은 풀빛의 들판이나 밟으면서 겨울의 가장 따뜻한 곳으로 걸어가야겠다 눈이 내리면 다시 시린 손을 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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