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겨 울 행 / 이 근 배

먼 숲 2007. 1. 29. 11:10

 

 

 

'바람이 읽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  울  행 

 

 

                  이  근  배

 

 


1
대낮의 풍설(風雪)은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정처없다
산이거나 들이거나 나는
비틀걸음으로 떠다닌다
쏟아지는 눈발이 앞을 가린다
눈발 속에서 초가집 한 채가 떠오른다
아궁이 앞에서 생솔을 때시는
어머니

 

2
어머니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고향엘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름날 당신의 적삼에 배이던 땀과
등잔불을 끈 어둠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타고내리던 그 눈물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술 취한 듯 눈길을 갑니다
설해목(雪害木) 쓰러진 자리
생솔가지를 꺾던 눈밭의
당신의 언 발이 짚어 가던 발자국이 남은
그 땅을 찾아서 갑니다
헌 누더기 옷으로도 추위를 못 가리시던
어머니


연기 속에서 눈 못 뜨고 때시던
생솔의, 타는 불꽃의, 저녁나절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지는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자꾸 취해서 비틀거립니다.

 

 

 

ba2


 

 

 

 

 

 

사과꽃길에서 나는 우네 / 고 재 종  (0) 2007.03.26
겨 울 날 / 곽 재 구  (0) 2007.01.29
마음의 정거장 / 김 명 인  (0) 2007.01.29
월 동 엽 서 / 이 기 철  (0) 2007.01.29
11월의 숲 / 심 재 휘  (0) 2007.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