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읽는 詩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 이 상 국

먼 숲 2007. 1. 29. 10:51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이 상 국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물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길어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젖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에서 떨어지는 이슬이었을까

또다른 벌레였을까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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