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식을 기다리기엔
너무 멀어 가까운 은혼식을 기다립니다
은혼식까지도 아직 십 오 년 을 더 살아야 하지만
그 때는 은촛대에 불이라도 밝히고 싶습니다
결혼 십 년에 모르던 사람끼리 짝을 이루어
그 경계를 허물며 살냄새로 산다는 것
사랑은 배려와 존중으로 이뤄진다는 걸 깨달으며
깨지기 쉬운 사랑이 담긴 그릇을 보듬고 사는
아름다운 무언의 약속이란 걸 알았습니다
결혼이 두 번째 인생이라는 흔한 정의를
부모가 되어 살아 가면서 배운 덕에
늘 갈림길에서 서성이지 않고
곧바로 집을 찾을 줄 도 아는 길눈도 갖고
평생 바늘 끝 같은 신경줄로 날 찌를 것 같은 마음도
집이라는 울타리에서 무뎌진 소리를 냅니다
똑 같은 세월을 사는데 해마다 내 생일이 돌아오면
내 삶의 꼬리를 잘라먹는 것 같아 아프고
결혼 기념일이 돌아오면 어릴적 생일처럼 기쁘고
살아 온 날에 정비례되는 행복을 느낍니다
먼 훗 날 은혼식이 오기까지
그저 욕심없이 같이 늙어
세월의 느티나무 그늘에서 흰머리 날리며
다정하게 등을 기대고 싶어집니다
오랜 연민의 사랑으로 팔장을 끼고 싶어집니다
같이 산다는 것은 나를 버리는 연습이겠지요
아직 금혼식은 멀지만 머지않아
은혼식의 식탁엔 노을빛 와인이 찰랑거릴 겁니다
2002.8.29일. 결혼 십년을 축하하며.
■ 다시 몇 년이 별 탈없이 지났으니 행복합니다.
종종거리며 사는 삶의 모습이 여전하지만
그 사이 아이들이 훌쩍 컷습니다.
우리 안에 꽉 들어 찬 그 애들이 대견하고 고맙고
사는 보람을 알게 합니다.
부부간에 기력이 쇠하여 감을 보면서도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애써 젊어지고 기운 찬 날이 되기를 바램하는 것은
우리 안에서 자라는 푸른 나무들 때문인가 봅니다.
같이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의 울타리가
그렇게 푸른 나무들을 항해 살아 갑니다.
아직도 금혼식은 멀지만 그날까지
서로 건강하기를 간절히 바램하면서
하루하루의 평온한 삶에 감사합니다.
2006.8. 28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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