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숲에서 오솔길까지

마음의 오지를 지나며

먼 숲 2007. 1. 26. 08:10
 
 

 

 

 

 

  

 

                                                     

 

 

 

<계룡지를 떠나며>

 

 

 

 

 

푸른산을 담은 저수지의 비단결 치마폭을 들치면
끝없이 이어져 나가는 파장으로 인해
신기루를 보듯 눈이 어지러웠습니다
하늘아래 조용한 저 여름산이나

물속에 잠긴 깊은 산은 미동도 하지 않는데
나만 멀미를 하듯 파문이 일곤 합니다

저수질 돌아 계곡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마음은 이미 차령산맥을 넘어
"두마"라는 반대편의 지명에 눈길을 줍니다

처음 듣는 생소한 마을 이름이지만

그 곳에 내가 아는 누군가가 산다는 이유로

이미 생경한 마을도 낯설지 않게 바라봐집니다

지나치는 여행길에서 그 곳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큰 산맥처럼 가로 놓여져 있어도
낯선 여행길의 이정표에 
아는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비록 초행길이라도 지나는 길들이 언젠가 와 본 듯 해
아련한 기억의 물그림자를 보는 느낌입니다

마음의 변두리를 도는 굽은 길들이 가뭇합니다

드문드문 낚시를 위한 방가로가 떠있는 고요한 저수지를 돌아

작은 분교가 있는 느티나무 고목의 삼거릴 지나고

색색의 백일홍과 과꽃이 정다운 마을길을 들어서자

기억하는 내 유년의 모든 추억을 돌이킬 것 같은  반가운 마음에
푸르러진 눈길은 주위의 산과 들을 둘러보고

울타리처럼 가로막힌 산맥을 오르락 거렸습니다

저 산을 돌면 옛 벗이 반겨줄 것 같은 고향같은 유혹에
공연히 다음날엔 주변의 낯선길의 이정표를 따라
한참을 산골길을 들어가 보기도 했습니다

애당초 그곳을 여행의 목적지로 정했을 땐

그 고장의 산세와 볼거리를 따지고

잠시나마 마음의 휴양지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막연히 낯선곳에서 만나는 이벤트같은

새로운 인연의 반가움으로 설레어 보기도 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은 만나서 실제를 확인하고

상대방의 겉과 속내를 더 들여다 보며 더욱 친숙해 질 수도 있겠지만

세상을 살면서 참 많은 인연이 바람처럼 스치기도 합니다

언제부턴가 사이버상에서 알게 된 인연들이 그러합니다

익명의 섬처럼 내 상상의 바다에 부표처럼 떠 있어

많은 것을 모르면서도 많은 것을 아는 것 같은 환상으로

가끔은 그 익명의 섬을 찾고 싶어지는 마음도 생깁니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단지 내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인연으로 만족해도 되는 데

쉽게 알 수 있다는 편리함에 상대방의 마음도 모른 채

아는 척 하는 결례를 범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쉽지만 만남을 약속하거나 기다리는 흥분을 가라앉혔습니다

그저 그 주위를 스쳐 지나며 

내 마음의 고향처럼 거니는 마음이였습니다

 

사람은 비슷비슷한 환경속에서 살면서도 

문득 내가 낯설게 사는 것 같은 외로움이

나이가 들어도 뜬금없이 찾아들곤 합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저 산 너머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이

늘 여행을 떠날 때 따라다니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사는 게 어디나 별반 다르지 않고

낯선이들의 삶 또한 다 비슷한 모습임을 보면서

나도 그 군중들속에 포함된 무리임을 확인하고서야

소외감처럼 느끼는 덧없는 삶의 고독감에서

떠나고 싶던 마음들이 조용히 내 자리로 돌아가는

참 바보스럽고 어수룩한 귀향을 거듭합니다

 

마음속의 그리움, 그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는 거 같습니다

미리 연락을 하여 차 한잔 마시며 담소할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마음과 마음 사이에 그리움이라는 산맥을 두고

구름같은, 바람같은 인연을 생각하며 지나칩니다

이러한 스침은 내가 종종 떠나고 싶거나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다시 마음의 배낭을 꾸릴 수 있는 여백을 만들기도 합니다

홀로이 돌아 갈  내 마음의 오지입니다

 

돌아오는 길엔 새로운 만남의 미련 다 두고 떠나왔지만
아직도 계룡의 저수지에 드리운 뭉게구름은
지워지지 않은 물무늬로 아롱져갑니다

살면서 가끔은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물그림자의 파문처럼 소용돌이치는 날이 있어

내 안의 여울물소릴 따라 흘러가고 싶어집니다

먼 소식처럼 구월이 오고 있습니다

이미 가을이 잔잔한 호수에 산그림자를 드리웠을 것 같습니다.

 

 

2005.9.1 일  먼   숲.

 

 

 

 

 

 

  <서성석님의 갤러리에서>

 

                                                    

 

 

                  마음의 오지

 

 

                                                       이   문  재

 

 

                       탱탱한 종소리 따라나가던
                       여린 종소리 되돌아와
                       종 아래 항아리로 들어간다
                       저 옅은 고임이 있어
                       다음날 종소리 눈뜨리라
                       종 밑에 묻힌 저 독도 큰 종
                       종소리 그래서 그윽할 터

 

 

                       그림자 길어져 지구 너머로 떨어지다가
                       일순 어둠이 된다
                       초승달 아래 나 혼자 남아
                       내 안을 들여다보는데
                       마음 밖으로 나간 마음들
                       돌아오지 않는다
                       내 안의 또다른 나였던 마음들
                       아침은 멀리 있고
                       나는 내가 그립다

 

 

               ■ 이 詩를 계룡지의 아름다운 수면에 적어 놓고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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