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居를 꿈꾸다

구월의 강가

먼 숲 2012. 9. 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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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가   을

 


김  현  승

 

 


별은
耳順하고

 

이삭들
바람에 익는다

 

아침저녁
살갗에 묻는

 

요즈막의 향긋한 차가움

 

사십은 아직도 온혈동물

 

오늘은
먼 하늘빛
넥타일 매어볼까

 

 

 

 

■ 몇 번 큰 물지고 강바닥 놀라 뒤척이더니

강은 토악질을 끝낸 속처럼 바람 잠잠하니 수척하게 깊어졌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더 높고 맑고 푸르다

수평선처럼 아득한 하늘을 담은 가을강을 보러

문득 두물머리나 북한강가를 찾고 싶다

청량리서 기차를 타고 대성리나 양평쯤에서 내리면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해바라기, 과꽃, 맨드라미,사루비아가 피어 있는 가을역을 나와 갈대숲을 지나면

江心에 구름이 떠가고 산그늘이 잠겨 수면의 화폭은 푸르른 가을

한번쯤 내안을 흐르는 물소릴 들으러 가을강을 찾고 싶다

삶의 박동소리도 멎은 듯 무심심한 날들의 시간도 날마다 저물고 있다

다시 가을이 오고 있는 구월의 강가에서

 풀벌레 소리 그윽한 풀섶길을 거닐면서

초가을의 서늘한 정취를 느끼고 싶다

이제 햇살도 따갑지 않으니 너른 강폭을 지나 미루나무 있는 상류까지

거슬러 거슬러서 가을을 따라 풀향기 그윽한 꽃가람 길을 걸어도 되리라

오후 네시가 지나면 산골짜기 바람에 잔잔히 퍼지는 강물의 금빛 윤슬

곧 붉게 단풍질 낙엽바람이 불어 올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황급한 가을빛이 비껴들 것이다

아! 저마다 제 그림자를 보지 못하는 쓸쓸함

가을은 愁心깊은 그림자 같다

 

 

2012년  9월 19일    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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